한일관계 중재 않겠다는 美… "韓 대선 이후 2개월이 중요"

바이든 5월 순방 앞서 사실상 차기 정부에 '관계개선' 주문

전문가 "한일관계 계속 악화되면 美 '인·태 전략'도 무너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내달 9일 이후 약 2개월 간의 한일관계 동향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정부가 북한·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악화된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단 판단에서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는 15일 화상으로 진행된 한미동맹재단·주한미군전우회 공동 주최 제11회 한미동맹포럼에 참석, "한국과 일본이 충분히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도 덜 안정적(less secure)이 될 수 있다"며 한일 양국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특히 자국이 직접 한일관계 개선을 중재하는 데 대해선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일 양국 스스로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램버트 부차관보는 "한국의 대선 뒤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2개월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5월 하순 일본에서 열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든 대통령 방한 전에 한일관계 개선의 방향성이 잡히길 기대한다'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이 무너진다"며 "우리 대선 이후 2개월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새로 등장할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 사안을 전향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램버트 부차관보가 이번 포럼에서도 밝혔듯, 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는 미 정부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일 간 중재에 나섰다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외교부 제공) © 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당시 부통령으로서, 그리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성사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는 현재 파기도 지속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는 상황. 이외에도 한일 간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일본 측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 갈등 현안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작년 11월엔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아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 정부의 사도(佐渡)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강행이란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진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역내 안보문제 뿐만 아니라 공급망 구축 등에서도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일 간 갈등이 일정 수준 해소되지 않는 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간의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된 것 또한 "미국 측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한일관계 개선이 기회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보다는 정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5월 한일 순방을 통해 "우리나라의 새 정부에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할 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 발신을 위해서도 한일관계 개선은 선결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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