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펑퍼짐한 유행으로 '정점'도 밀려…'3월 중순' 피크 전망

유행곡선 낮고 펑퍼짐…정점 예측 2월 말→3월로 늦어져

"성급한 방역완화, 정점 규모와 시기·인명 피해 키우는 길"

 

1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는 이미 정점을 지나 하향 안정세에 접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유행의 정점을 향해 천천히 올라간 뒤 천천히 떨어뜨리는 '피해 최소화' 전략, K방역을 활용해왔다. 따라서 유행 곡선은 완만하고 펑퍼짐하다.

하지만 이번 오미크론 대유행에 K방역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 후 회복에 따른 자연 면역자가 적었던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이 감염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완화한다면 '정점을 거친 뒤 안정세' 없이 감염자만 연일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정은경 "이달 말 13~17만명"…전문가들 '3월 중순' 고비로 지목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가 9만443명 발생했다. 전날(15일) 5만7177명보다 3만3266명 증가했고 1주 전(9일) 4만9550명과 비교하면 4만893명 늘어 두 배가량 뛰었다.

따라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관리가 중요해졌는데 이마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당국은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위중증·사망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났는데 한국은 계속 오르고 있어 비교된다. 다만 한국은 사흘에 두 배씩 오르지 않고 일주일에 두 배씩 오른다.

천천히 올라 천천히 떨어뜨리는 피해 최소화 전략, 이른바 K방역이 오미크론 유행에도 적용된 모양새다. 따라서 정부가 예상한 유행 정점 도래 시기도 2월 말에서 3월로 늦어졌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초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우세종화되는데 7주가 걸렸다. 미국·영국은 3주, 일본은 4주 걸렸다.

대부분 우세종에서 정점에 이르는 데 4~6주가 걸렸는데 한국은 이보다 더 길어진다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점을 3월 초·중순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대 일일 확진자 20만명 이상의 유행 정점이 도래할 수 있다"며 "3월 한 달간 정점일 텐데 3월 중순에 확진자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수가 적어 유행의 규모와 길이가 좀 더 긴 편"이라며 "중환자 체계는 아슬아슬하게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감염자가 많지 않아 한두 달 유행규모가 계속 가팔라질 것"이라며 "3월 중순은 되어야 정점을 지난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월 말 13~17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많은 방역조치가 한 번에 풀리면 유행 전파 속도가 빨라져 정점 규모도 커지고 의료붕괴도 가져온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은경 청장도 유행의 정점은 추이를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감염자 천천히 늘고 줄 텐데 지금 방역완화 안 돼"

우리나라는 확산세의 정점도 천천히 오르고 줄어들 텐데 정부의 성급한 방역 완화 메시지는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한국이 미국, 영국보다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이 많지 않아 유행을 길게 늘어뜨린다. K방역의 역설"이라며 "그런데 거리두기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거리두기 완화는 감염자 발생을 더 늘릴 테고 유행의 규모는 키우되 정점에 이르는 시기까지 더 늦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주 교수는 "방역을 강화했기 때문에 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었다"며 "완화할수록 감염자는 피해도 커진다. 정부가 용기있는 결단이 아닌, 무모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를 논의해주셨으면 한다. 현장은 지옥이 되고 있다"면서 "위기를 스스로 키우지 말자"고 호소했다.

정부 내에서 방역 완화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사적모임 6인·영업시간 9시로 제한한 현행 거리두기를 '8인, 10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은 영업시간 제한의 방역 효과를 고려하면 당장은 절대 못 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제부처는 영업시간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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