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년 만에 '핵실험·ICBM 발사' 카드 꺼내…'대대적 도발' 카운트다운

미국에 모든 책임 돌려…'2018년식 비핵화 협상'은 없다 선언

태양절·광명성절 등 국가 명절 계기 도발 수위 높일 듯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활동'은 2018년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등을 선언한 '모라토리엄'의 철회를 시사하고 있어 대대적 도발 행보가 예상된다.

김 총비서는 전날(19일) 주재한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2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은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합동군사연습을 수백 차례 벌이고, 각종 무기 시험들을 진행한 것은 물론, 남한에 첨단군사공격수단들을 반입했으며 핵 전략무기들을 한반도 주변지역에 배치해 자신들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등을 골자로 한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당시 합의 사안이 현 정세로는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미국이 먼저 싱가포르 합의를 깼다는 기조로 북한이 추후 강경 행보에 대한 명분을 쌓는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두드러진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은 더 이상하지 유효하지 않다는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대미 신뢰구축을 위해 '잠정 중지'했었다고 하는 활동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직전 북한이 선언한 핵실험, ICBM 시험발사 중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는데 이를 두고 자신들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부각했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1일 진행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시험발사가 '대성공'이라고 선언했으며 북한은 이번이 '최종시험발사'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날 북한의 주장은 이 같은 '성의 있는 노력'에도 미국이 화답하지 않고 오히려 정세 불안을 조성했다는 게 골자다. 이에 핵실험, IC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통해 암묵적으로 합의됐던 '레드라인'을 넘어가는 수준의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북한이 이날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15일) 11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2월16일) 80주년의 경축 방안도 논의한 만큼 오는 2~4월 사이 내부 결속을 명목으로 한 강도 높은 무력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은 이 같은 대미 대응 방향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해당 부문에 내려간 단계라고 밝히며 언제든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무력 시위를 포함해 수시로 미국에 대한 비난 및 견제는 이어가면서도 미국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는 남기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북한은 새해 들어 총 네 차례 무력 행보를 이어가며 주목도를 높였다. 지난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14일엔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2발을 시험발사했다. 이어 17일 전술유도탄이라고 밝힌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의 2발의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했다.

북한은 이 같은 미사일 발사를 지난해 8차 당 대회 당시 수립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계획에는 △극초음속미사일 △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등이 포함된다. 

북한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았던 시점에서 '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다가올 무력시위가 핵실험이나 ICBM 발사가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전망이 급선회하고 있다. ICBM을 실제 발사한다면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 된다. 당시 북한은 화성-15형 시험발사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ICBM 시험발사를 중단했다.

다만 이후 크기를 더 키운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지난해 1월 열병식과 10월 국방발전전람회 등에서 공개한 바 있어, 무기의 성능 개량은 꾸준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ICBM과 작동원리가 같은 위성발사용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에 있는 '군 정찰위성' 개발에 해당하는 행보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사실상 ICBM 시험발사 재개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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