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는 尹, 조직 줄이고 '그립' 강화…"윤석열다움" 초심 강조

"악의적 공세"→"선대위 너무 커"…김종인 결별하며 180도 변화

메시지·일정 등 핵심엔 권영세…검찰총장·대권도전 당시 향수 자극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체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최근 지지율 급락과 선대위 내홍을 해결해야 하는 위기감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총괄,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매머드 수준의 선대위를 '본부'급으로 대폭 축소시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고 윤 후보 본인이 '그립'을 잡는 체제 일원화를 택한 것이다. 

그는 선대본부장 외에 구체적인 선대 본부 인사, 조직 등 윤곽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슬림'을 넘어 '초(超)슬림'으로 꾸려 대선까지 남은 60여일을 움직이겠다는 굳은 의지도 드러냈다.

현 정권에 혈혈단신으로 맞서며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대위 쇄신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고 철저한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을 선언하며 윤 후보와 갈등을 빚은 지 이틀 만이다. 이에 따라 윤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두 달만에 선대위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됐다.

윤 후보의 이번 선대위 해체 키워드는 '슬림'이다. 선거대책기구로서 기존 위원회를 본부급으로 격하하고, 기존의 본부도 단 단위로 대폭 축소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기본적으로 선대위 조직이 너무 커서 좀 기동성 있고 실무형으로 그리고 2030 세대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대구·경북을 방문해 선대위 쇄신과 관련된 질문에 "(선대위는) 정말 단촐한 조직이라 봐야 하고, 개편이나 이런 건 없다"고 잘라 답한 것과는 정반대로 달라진 것이다.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악의적 공세'로 받아치며 강하게 맞섰지만 연일 하락하는 지지율 탓에 결국 선대위 해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선대위의 중심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있었다. 위원회를 본부급으로 격하시킨 만큼 이번엔 윤 후보가 '그립'을 강하게 쥐게 된다. 후보의 메시지, 일정, 정무 등 선거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선거대책본부장에는 4선의 권영세 의원을 낙점했다.

2012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지냈고, 당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각종 굵직한 선거를 치렀던 경륜과 경험이 권 의원 내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권 의원은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 때 대외협력위원장으로 핵심 역할을 했고, 기존 선대위에선 총괄특보단장으로 윤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다만 윤 후보는 선대본부 외 나머지 본부의 구체적인 인사, 조직에 대해선 이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정책본부는 별도로 존치하게 될 것"이라며 "규모가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해 비전, 공약 등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정책본부에서 약간 줄인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만 했다.

윤 후보가 이날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 윤석열 그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언급한 것도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가 언급한 '처음 그 모습'은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맞섰던 것과 지난 6월 대권에 도전하며 기대를 받았던 당시 상황을 얘기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지지율 급락, 선대위 해체는 물론, 대선 후보로서 리더십까지 비판받는 상황에서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슬림' '쇄신' '신속' 등 만을 강조한 선대본부가 대선 60여일을 앞두고 정상궤도에 오를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구심이 나온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으로 갈등을 이어온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대선을 위해 당 대표 역할을 잘 할 것"이라며 선대본부 참여 여부, 직책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대선판에서 김 전 위원장의 의제 선점 능력과 중도 확장성 등 이른바 '김종인 매직'이 사라진 상황에서 빈공간은 윤 후보와 선대본부가 오롯이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2030 세대과 중도층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을 전적으로 윤 후보가 지게된 것이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쇄신의 깃발은 올렸지만 정확히 어떻게 무얼 하겠다는 건지 아직 전혀 모르겠다"며 "윤석열 하면 떠오르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없다. 브랜드를 어서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도 "천막당사를 꾸릴 때 심정으로 60여일을 보내야 하는데 이번엔 천막조차 없는 기분"이라며 "찬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후보의 리더십이 절체절명으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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