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여대학 총학 구성 못해…코로나·취업난에 사라질 위기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 다수가 2022년을 이끌어갈 총학생회(총학)를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대표기구가 공석 상태에 놓여 학생자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뉴스1이 서울시내 대학 20곳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중 12곳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해 임시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화여대·서강대·중앙대·건국대·국민대·가톨릭대·광운대·동국대 8곳은 '후보자 미등록' 등으로 서울대·연세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 4곳은 '투표율 미달'로 총학 구성에 실패했다.

서울대는 총학 선거가 연장투표 후에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무산되며 2년째 총학이 공석 상태에 놓였다. 후보자 미등록으로 총학 선거가 무산된 동국대는 비대위원장 지원자도 없어 모집이 무산됐다.

◇ 코로나19·취업난으로 총학 '무관심'…학생회에 대한 불신도  

총학 위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캠퍼스 체제가 꼽힌다. 캠퍼스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 총학의 존재나 역할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조모씨(19)는 "학생회라는 이름만 알고 있지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라며 "교내 활동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돼서 총학이 하는 일들이 잘 와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학생회 활동 경험이 있다는 이모씨(21)는 "학생회는 행사나 공약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모든 게 줄줄이 취소되면서 그럴 기회가 사라졌다"라며 "코로나로 선후배 관계도 단절되고 학교에도 못 가봐서 더욱 학생회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변에 많았다"라고 전했다.

취업난으로 총학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요즘은 본인의 생계나 진로 걱정 때문에 학생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그만큼 청년들이 살기 힘드니까 자연스럽게 총학과 멀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총학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교 3학년 A씨(22)는 "총학이 학생들의 이익보다 자신의 '스펙'이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의견도 있다"라며 "특정 정당과 유착 논란이 있어서 총학 선거 자체가 무산된 곳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 여전히 학생사회의 구심점인 총학

하지만 학생들은 총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 학교나 정부에 전달하는 구심점은 여전히 총학이라는 입장이다.

이규상 학생회장은 "총학이 없으면 학교 본부에서 대학 행정을 학생들과 소통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라며 "학교에서도 비대위랑 소통할 때는 '이게 진짜 학생들의 의견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했는데 학생회가 학교에 정식 건의해 등록금을 일부 환급받은 적이 있다"라며 "비대위 체제에서는 비슷한 요구를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특정 수업을 다른 단과대 학생이 우선 수강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때문에 꼭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 수강하지 못했다"라며 "학생회의 공식 문제제기로 제도가 개선되는 걸 보며 학생회가 중요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총학을 지키기 위해서 학생회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조씨는 "이제는 비대면 학기로 대학생활을 시작한 학생이 더 많은 만큼 총학이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라며 "총학이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학생회가 사라지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라면서도 "이렇게 비대면 체제가 계속된다면 학생사회의 문화 자체가 바뀔 수 있어 학생회 차원에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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