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기업빚, GDP 2.2배…자영업자 빚은 14.2% 급증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민간 가계와 기업의 빚 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에 달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입은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887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2% 급증했다.

이들의 소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며 대내외 충격에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신용/명목GDP 비율은 2021년 3분기말 기준 219.9%로 전년 동기 대비 9.4%포인트(p) 상승했다. 민간신용/명목GDP는 우리나라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돈에서 가계·기업 등 민간부문의 빚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은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민간신용/명목GDP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7.4%p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신용/명목GDP 비율은 올해 3분기말 106.5%로 전년동기대비 5.8%p 높아졌다. 기업신용/명목GDP 비율도 113.4%로 전년동기대비 3.6%p 상승했다.

가계 처분가능소득이 소폭 개선됐지만 가계신용은 주택관련 대출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 가계부채는 올 3분기말 1844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이 8.8%, 기타대출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1.6%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3분기말 174.1%로 전년동기대비 8.1%p 상승했다. 주식평가액 증가의 영향으로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5.8%로 전년동기대비 0.3%p 하락했다.

기업신용은 Δ코로나19 재확산 Δ원자재 가격 상승 Δ설비 및 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 Δ금융지원조치 연장 등으로 높은 증가세 유지됐다. 

기업대출은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14978000억원을 나타냈다. 기업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말 78.9%로 2020년말(77.2%)보다 소폭 상승했다. 

반면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 비중은 2020년말 15.3%에서 2021년 2분기말 12.3%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상반기 7.9배로 2020년(4.6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간의 주택가격 오름세와 더불어 가계부채의 높은 수준 등이 취약요인으로 잠재해 있다"면서 "경제주체의 위험·수익추구 성향 완화와 함께 주택시장 안정화, 민간부채 증가세 억제 등을 위한 정책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불균형 상황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국내 금융불균형은 최근 들어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누증된 상황으로 평가됐다.

금융불균형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감안한 금융취약성지수는 올 3분기 56.4로 전분기(59.2)에 비해 낮아졌지만, 2010년 이후 장기평균(31.3)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우리나라의 자산가격 조정 및 부채 디레버리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가계 소비와 기업투자 위축, 수출 감소 등으로 실물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금융불균형 상황은 실물경제 하방리스크를 확대시키고, 특히 주요국 금융불균형을 감안할 경우 국내 실물경제 하방리스크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한은은 또한 "가계의 과다 채무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의 증가는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켜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가계부채의 소비제약 임계치를 추정한 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45.9%로 2021년 3월말 평균 DSR(36.1%)을 상회하고 있다. 

한은은 "아직까지 가계의 전반적인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가계의 DSR이 큰 폭(8%p) 상승할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 소비가 제약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짚었다.

한은은 아울러 이번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부채의 잠재 위험을 점검했다.

자영업자 매출은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에 따라 부진 정도가 달라지는 가운데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 하회하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숙박음식업 생산은 2019년 12월(서비스업 생산지수 계절조정지수 기준)의 89.8%, 여가서비스업 생산은 72.8% 수준을 나타냈다.

2021년 9월말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887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2%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대면서비스(도소매·숙박음식·여가서비스 등), 소득분위별로는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었으며 업권별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 등의 비자영업자보다 대출규모가 크고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소득은 코로나19 이후 임금근로자보다 큰 폭 감소했으며 2021년 9월말 현재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자영업자 폐업률은 2020년 기준 11.8%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충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12.7%)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폐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부채가 누증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업황 개선이 더딘 자영업자 등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면서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어 관계당국·금융기관 등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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