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대놓고 아베 때리기…"아베노마스크 반성해야한다"

장외서 올림픽 보이콧 압박한 아베에 '일격'

자민당 보수파와 신중파 대립 현실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아베 신조 전 총리로부터 질타를 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반격에 나섰다.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를 꺼내 들고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되 정부나 정치권 인사로 구성된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기시다 총리는 아베노마스크 관련 질의에 "검증, 반성해야 할 점이 있던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같은 자민당 소속인 기시다 현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정책을 이처럼 깎아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천 마스크 전국 배포 사업인 아베노마스크는 현시점에서 과연 '애물단지'로 여겨진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코와 입만 겨우 가려지는 우스꽝스러운 천 마스크를 쓰고 정부 대책회의에 등장해 전국 모든 가구에 2장씩 천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이 마스크를 국민에게 보내는 데는 총 260억엔(약 270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 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곰팡이와 벌레 등 이물질이 발견되는 등 불량품이 속출하면서 '아베노마스크'라는 오명을 썼다.

일본 정부는 각 가정과 복지시설 등에 배포하기 위해 아베노마스크 약 2억6000만장을 조달했지만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8130만여장이 처치 곤란한 대량 재고로 전락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가 갑자기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실정인 아베노마스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아베 전 총리가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두고 기시다 총리를 몰아붙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일본 위성 TV 방송사 BS닛폰에 출연해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중국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는 일본이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며 "시간을 벌어서 어떤 이득이 있는가"라고 꾸짖었다. 이어 "일본은 결국 일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국제사회에 생각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명시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을 종용하는 발언이었다.

아베 전 총리가 기시다 총리에게 외교적 보이콧을 종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9일 자신이 이끄는 자민당 최대파벌 '아베파'(95명) 모임에서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위구르에서의 인권 상황에 대하여 정치적인 자세와 메시지를 낼 것이 우리나라(일본)에 요구되고 있다"며 "일본의 의사를 밝힐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명시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을 종용하는 발언이다.

일본 현지에선 아베 전 총리의 장외 압박에도 기시다 총리는 흔들리지 않고 사절단을 보낼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속한 파벌인 고치카이는 전통적으로 동아시아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내각 내부에서 각료 파견은 곤란하다는 견해가 강해졌다며 일본의 사절단은 각료가 아닌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이끌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또한 일본 정부가 기시다 내각이 각료 파견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며 각료가 아닌 무로후시 고지 스포츠청 장관(차관급)의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베 전 총리로 대표되는 당내 보수파가 지금처럼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경우 기시다 총리에게는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요미우리는 이대로 보수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 강경론에 신중한 의원들과의 대립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기시다 총리에게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과연 이 같은 대립이 아베노마스크를 통해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노마스크 공개 비판을 통해 내각을 향한 외교적 보이콧 공세를 극복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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