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정규직 전환 무기로 20대 여직원들에 성희롱 ‘물의’

 

"회식자리서 술집여자 취급"…노조, 엄벌 촉구 기자회견

 

병원측, 뒤늦게 진상조사특위 구성해 2명 ‘보직해임’

 

“치마가 1cm만 더 짧았어도 너네가 일등이었어.”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20대 계약직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성추행 ‘미투’가 쏟아지면서 노조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병원측은 실태조사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구두경고에 그치다가 노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자 마지못해 기자회견 전날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을 인사조치(보직해임)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고 있다.

13일 국립암센터와 보건의료노조 국립암센터지부(이하 암센터지부)에 따르면 병원측은 지난 7월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위해 특정부서(A과)를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20대 초반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과거 수년전부터 부서장과 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암센터지부는 병원측에 관련 설문자료를 건네 줄 것을 요청했지만 병원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병원측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자료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암센터지부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여 해당 부서에서의 과거 성희롱과 성추행 의혹들에 대한 제보를 입수, 책임자 처벌과 병원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노조측이 밝힌 제보 내용에 따르면 A과의 간부 직원은 회식 자리에 이름표까지 만들어 과장 옆자리에 좌석을 지정해 놓고 “이쁜 짓 좀 하라”는 말까지 비정규직 여직원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워크숍 장기자랑에 강제로 참여시킨 뒤 한 달 간 퇴근 후 3시간씩 연습을 하도록 하고, “치마가 더 짧았어야 한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윤은정 암센터지부 부지부장은 “대부분 20대 초반인 비정규적 여직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무기로 ‘누구를 뽑을까’라고 계속 언급하며 자신의 말에 복종하기 바라는 행태야 말로 갑질 중의 갑질”이라며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로써 자신의 딸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이떤 기분이 들지 (가해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성일 지부장도 이날 신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장은 이후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구두경고에 그쳤다. 또한 국립암센터 내 신문고 역할을 하던 ‘레드휘슬’ 운영도 중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조직내 불편한 진실을 축소하고 숨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에 암센터지부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징계시효(3년) 제한 전면 폐지 △철저한 진상조사와 무관용 원칙에 따른 징계 △사건조사에 노조 참여 보장 △원장의 징계위원장직 사임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한편 사건이 불거지자 국립암센터는 지난 9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노조의 기자회견 하루 전인 12일 가해자로 지목된 과장과 팀장 등 2명에 대해 ‘보직해임’ 했다. 

병원측은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 모호에 만전을 기하겠으며, 현행 3년인 징계시효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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