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됐는데 흔하던 신년달력 어디 갔을까…'달력 품귀' 실상은

은행·기업들 제작 매년↓…스마트폰앱 일정관리 보편화

인쇄업계 극심한 불황 "인쇄산업 고도화 정부 정책 필요"

 

연말이 다가온 가운데 그간 흔하게 구할 수 있었던 무료 종이 달력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등 급격한 디지털 문화 확산으로 종이 달력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달력 제작에서 속속 손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인쇄거리로 손꼽히는 대전 동구 중동의 인쇄골목도 매출이 급감하는 등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5일 대전지역 기업·인쇄업계 등에 따르면 그간 ‘공짜 달력’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곳은 바로 은행이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도 몇년전부터 달력 제작 부수를 해마다 줄이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2020년도 달력의 경우 평균 150만~200만부 정도 각각 제작했다.

하지만, 2021년도 달력은 이보다 30% 더 줄인 데 이어 내년도 달력은 아예 VIP 고객들에게만 배포할 정도로 제작부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농협·신협들도 해마다 제작부수를 줄이고 있으며, 일부 외국계 은행은 아예 달력 제작을 중단하기도 했다.

대전 서구 소재 모 시중은행 직원 A씨(35·여)는 “지난달 하순부터 내점 고객들 중 달력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하지만 지점에 배정된 물량은 예전의 절반 수준”이라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등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기업들도 달력 제작부수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품 판촉을 위해 지난해까지 시중에 무료달력을 배포해 왔던 대전의 B기업은 아예 내년도 달력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내린 조치이기도 하지만 달력을 통한 제품 홍보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 건강식품 관련 네트워크마케팅 업체인 C사도 회원 확보를 위해 해마다 달력을 제작·배포해 왔지만 내년도 달력은 만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달력 제작은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거래처 인사 차원의 벽걸이 달력 제작을 아예 없애버리고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새겨진 다이어리 정도만 배포하고 있다.

이밖에 대학, 관공서, 정부출연연 등도 벽걸이 달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용이 저렴한 탁상용 달력을 소량만 제작하는 등 ‘달력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달력의 수요와 공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력 등에 일정을 기록해 놓기보다는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스케줄 앱(App)에 미팅 및 주요 일정들을 메모해 관리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등장으로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TV 등을 통해 손쉽게 날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도 스케줄 관리 캘린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전 인쇄골목 주요 업체들은 심각한 수주난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20년째 인쇄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D대표(54)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제대로 모일 수 없다 보니 학원·교회 거래처들도 제작을 대폭 줄여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라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한국제지연합회의 ‘2021년 국내 제지 산업 월별수급 현황’에 따르면 1~9월 인쇄용지 생산량은 약 183만톤으로 전년 동기(약 170만톤)보다 약 13만톤이나 줄어 인쇄업계의 극심한 불황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지식서비스연구원 이성환 이사장은 “당장 은행 점포가 하나둘씩 사라질 만큼 디지털 문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보편화 됐다.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 등 친환경 기조도 인쇄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인쇄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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