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의무거주 '전월세금지법'…돈 없는 무주택자 청약 마라?

수도권 분상제 의무거주 2~3년…래미안원베일리 청약 문턱 높아져

HUG 규제 완화에 전월세금지법까지…"무주택자 내집마련 희망 걷어차"

 

잇따른 분양가 관련 개정으로 무주택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 완화에 이어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 아파트 의무거주 규정까지 마련돼서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인 청약 문턱마저 높아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수도권 분상제 적용 주택 의무거주 2~3년…청약자 자금 조달 부담 ↑

17일 부동산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수도권 민간택지 분상제 적용 아파트는 최소 2년에서 최대 3년간의 거주의무기간이 부여된다. 이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은 분상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80% 미만은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 의무거주 기간을 부여했다. 공공택지의 경우 의무거주 기간은 시세 80% 미만은 5년, 80% 이상~100% 미만은 3년이다. 현재 공공택지에서 시행 중인 거주의무 기간을 수도권 분상제 아파트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개정안은 19일 이후 입주자모집 공고 분양 단지부터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상제 적용 주택에 대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설명과 달리 부동산업계는 이 개정안을 '전·월세 금지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통상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 입주자는 당장 입주를 하지 않고, 전세 보증금으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했다. 하지만 앞으로 분상제 아파트는 의무거주 기간 규정이 생기면서 이 방법은 막히게 됐다.  

전·월세 금지법이 현실화하면서 무주택 청약 대기자의 허탈한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분상제 아파트 분양가가 정부의 설명과 달리 비싼 데다 이제는 자금 조달 부담까지 급증해서다.

무주택 40대 A씨는 "대출도 다 막고 이제는 분양 아파트를 전세도 주지 못하게 됐다"면서 "(분상제 적용 주택 의무거주 개정안은) 투기 수요 차단이 아닌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공사 중인 강서구 마곡엠밸리9단지 모습.© 뉴스1 이동희 기자


◇래미안원베일리 전세 놓지 못한다…계약금부터 잔금까지 직접 조달해야

전·월세 금지법을 서울 강서구 '마곡엠밸리9단지',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등에 적용해보면 청약자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공공분양한 마곡엠밸리9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6억9750만원으로 7억원 이하로 책정됐다. 2월 입주 시작한 이 단지의 전용 84㎡ 전셋값 시세는 6억원 중반~8억원 중반대다.

입주하기도 전에 전셋값은 분양가를 훌쩍 넘겨 청약 당첨자는 계약금 15%만 있으면 사실상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중도금 대출은 물론 잔금까지 전세 보증금으로 채울 수 있어서다. 마곡9단지는 도시개발사업법을 적용해 공공분양임에도 의무거주 기간이 없다.

당장 4월 분양을 앞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에 빗대면 청약자의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는 분상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3.3㎡당 5668만원으로 역대 최고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약 17억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 주택 청약자는 당장 계약금(20%) 약 3억4000만원이 필요하다. 분양가 9억원 이상으로 중도금(60%) 대출이 불가능하고, 전세까지 놓지 못해 잔금(20%)까지 13억원 이상의 자금을 입주할 때까지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업계는 전·월세 금지법이 없었다면, 래미안원베일리 청약자는 자금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전셋값이 20억원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월세 금지법 시행으로 래미안원베일리 청약자는 계약금에서 잔금까지 모든 금액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면서도 "(전월세 금지법 타격은) 고가 아파트 청약자보다 (1억~2억원 마련이 쉽지 않은) 중저가 외곽 지역 청약자에게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HUG 규제 완화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글 캡쳐.© 뉴스1


◇HUG 분양가 규제 완화에 전월세 금지법까지…"무주택자 희망 걷어차"

여기에 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 개정까지 이뤄지면서 무주택자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 지역의 분양가 심사 기준을 완화했다. HUG 빗장이 풀리면서 분양가는 시세 90%까지 오를 전망이다. 시세 60~70% 수준에서 통제됐던 분양가가 단숨에 크게 오르게 된 것이다.

일례로 현재 고분양가 관리 지역인 부산은 해운대 등 인기 지역의 시세는 3.3㎡당 4000만원 이상이거나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로 분양가 통제 빗장이 풀리면 분양가는 당장 3000만원 후반대로 치솟을 수 있다. 부산의 지난해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400만원대 수준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국토부 여론광장 등에는 관련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인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정부의 엄격한 대출 규제로 가장 큰 피해자는 내 집이 없는 '벼락 거지 무주택자'로 이번 정책으로 정부는 아예 집값을 올리기로 못을 박았다"며 "공급을 늘리고자 분양가를 올린다는 역발상은 상상도 못 해본 정책"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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