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 압박 대신 '상황 관리'…한반도안보 영향은

전문가 "美 국내상황 어려워 中갈등 ↑…韓 '선택 강요' 여전"
'갈등 악화일로 회담결과 호재 아냐'…비핵화 논의도 '부담'

 

미중 정상이 16일 화상회담에서 서로에 대한 압박 보다는 상황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미국이 내달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도하는 등 미중패권 경쟁이 악화하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에게는 이번과 같은 '상황관리' 위주의 정상회담이 결코 호재는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46분부터 화상으로 열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약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 시작부에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오랜 친구'(라오펑요·老朋友)라고 말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라고 했다.

하지만 곧 양측은 '뼈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이 민감해하는 인권과 경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등을 언급하며 "정직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에 미중 간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각자 내정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상생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맞받아쳤다는 지적이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당초 예상대로 양국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정상 간 일치된 목소리를 담은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은 전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원칙'을 지지하며 동시에 "미국은 현상을 바꾸거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시도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백악관 발표에는 없었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대만 정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이유는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꾀하려 하고, 미국의 일부 인사들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려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추세는 매우 위험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自燒·자분)"이라며 고강도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중국의 기본 입장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전'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美 내달 민주주의정상회의 '中 공격' 앞두고 관리 중점…韓 선택 압박↑

미중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과열 국면은 막자'는 정상간의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내달 열리는 민주주의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민주주의·인권 상황을 성토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사전에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분석이 워싱턴 조야에서 나온 상황.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이 충돌로 바뀌지 않도록 상식적인 완충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같은 날 성명에서 새로운 양국 관계는 '상호 존중·평화 공존·협력 상생'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CNN은 이번 회담에서 큰 성과는 없었지만 향후 이를 시작으로 양국이 대면할 가능성과 요소들은 더욱 많아졌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간 경쟁의 심화는 없었지만 성과 없이 끝난 이번 회담은 여전히 '미중 갈등은 진행형'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고, 협력보다 과열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중패권 경쟁의 진행 국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국내 정치 상황이 최근 굉장히 어렵다"며 "예를 들어 경제 문제에 몰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반대로 보면 향후 중국과의 갈등 여지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중 갈등 심화 국면은) 한국 입장에서 미중 간 선택의 강요를 받을 가능성이 앞으로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도 미중은 서로간의 영향력 경쟁, 특히 중국은 북한을 수용·포용해서 갈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미중, 한반도 영향력 싸움 첨예해질 것…비핵화 논의 '쉽지 않아' 

한편 북한 문제 또한 미중 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경쟁이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중간 갈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한국을 '한미일 3국 동맹'의 틀안으로 가두려 할 것이고, 중국은 북한을 포용해가며 자국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은 최근 북핵문제를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초안을 제출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미중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를 논의했다고는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견해차'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원론적 수준'에서만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한반도 문제가 얘기되더라도 의미있는 생산적인 대화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아주 원칙차원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안된다는 것, 대화와 외교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도까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발 더 들어가서 어떻게 북한을 비핵화 할 것인가, 그 얘기는 이미 차이점이 크기 때문에 (논의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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