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은 Why?…이유있는 총괄선대위원장 '기싸움'

김종인의 결정적 장면 세 가지 '2012대선-2016총선-서울시장보선'
'측근정치' 몰락 지름길 경험으로 경고…"사람 집착하면 성공 못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의 등판을 앞두고 '고자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은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 전 위원장의 등판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당원으로서 경선 투표에 참여, 윤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실도 인정했다. 그가 지지하고 표를 준 윤 후보가 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선대위도 신속하게 구성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후보 확정 이후 '일할 여건이 마련돼야 하고 이는 윤 후보가 결단할 일'이라며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요구하는 '여건'은 사람이다. 윤 후보에게 스스로 선대위 인선을 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한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는 윤 후보의 스타일상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후보가 결단하는 모습을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유력 정치인, 특히 대통령 후보의 측근 인사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그들을 '파리떼'라고 지칭했다. 과격한 표현이란 비판도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의 정치 인생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결정적 배경에는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 그리고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자리한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박 후보의 출마선언문을 전부 고쳐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게 김 전 위원장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를 약속한 박 후보의 태도가 달라졌고, 김 전 위원장은 그 이유로 후보의 최측근들을 의심한다. 대표적인 것이 '안봉근·이재만·정호성' 문고리 3인방이다.

2016년 총선에서 쓰러져가는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을 때는 당시 문재인 당 대표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문 대표는 비대위 대표직을 고사하던 김 전 위원장에게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며 '비례대표'를 보증서로 내밀었다. 민주당은 예상을 깨고 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한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셀프공천'이라는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김 전 위원장은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올해 4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놓고 중진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데 왜 단일화를 놓고 안 후보를 자극하냐는 것이 요지였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놓고 나보고 나가라고 하는 중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결과는 김 전 위원장 예상대로 오 후보로의 단일화 및 서울·부산시장 '탈환'이었다.

세 장면의 공통분모가 유력 정치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 의해 후보의 판단이 흐려졌고, 약속이 깨졌으며, 선의가 악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람에 너무 집착할 거 같으면 성공을 못 한다"고 단언한 것도 이같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김 전 위원장 말대로 결단은 윤 후보의 몫이다. 오는 20일쯤 선대위 뼈대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뜻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수용은 피할 것이라고 했다. 핵심 보직에 김 전 위원장과 뜻이 맞는 인물을 배정하되, 캠프 소속 인사 일부도 동의를 구해 배치하는 식이다. 또 경선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 캠프 인사들의 중용도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길게 봐야 4~5개월 인연이었다"며 "고마운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정상 같이 일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고려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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