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스윙보터 47%' 진영경쟁 이번엔 안 통한다

'투표 의향' 94% '후보 못정했다' 47%
李·尹 팬덤 얕고 정당지지와 괴리…정책비전 제시 중요성 커져

 

제20대 대통령선거를 4개월 앞둔 9일 정치권은 시민들이 투표 의향은 높지만 정작 찍어야 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국회 전체 의석수의 90%가 넘는 272석을 가진 거대 양당은 특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성적표다.

후보들의 팬덤 경쟁도, 여당과 제1야당의 좌우 진영 경쟁도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유효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회사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7~8일 진행한 조사 결과 내년 대선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반드시 투표+가능하면 투표)'는 응답자는 94.2%에 달했다.


그러나 '투표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47.5%였다. 18~29세의 69.4%, 30대의 68.3%가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치권은 일반적으로 좌우 거대 정당의 지지층을 30%씩, 나머지 40%는 부동층(스윙보터)으로 본다. 이번에 50%에 가까운 응답자가 투표 후보를 결정 못 했다고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주요 후보들의 개인 팬덤이 얕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대 양당제가 굳건한 한국 정치에서 양당 경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면 당 지지층이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정당의 느슨한 지지층은 후보 지지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스윙보터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많다. 이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비호감도와 연계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이 소속 정당에만 기대서는 누구도 승리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두 후보(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전 국민보다는 핵심 지지층을 이루는 당원들의 표를 받아 당선됐다. 일반 민심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국민은 당과 후보를 일체화하기를 거부하고 있어 당이 애를 쓴다고 그 지지가 그대로 후보에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모든 분석은 후보들의 팬덤 경쟁도, 제1·2당의 파워게임도 스윙보터 표심을 당장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귀결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층이 많은 대선일수록 정책 공약 경쟁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후보 비호감도가 높을수록 맹목적으로 투표하는 게 아니라 정책 비전을 비교한 뒤 최종 결정하는 경향이 짙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표심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 평론가도 "(부동층은) 어떤 후보가 결국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는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중도층을 끌어들일 인물이든 공약이든 나타나면 표심이 그쪽으로 확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급부로 제3지대 후보들이 주목받을 수 있지만 이들이 반사체에서 발광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또다른 과제다. 거대 양당 후보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들을 선택해야만 하는 강한 동력이 없다면 사표방지 심리가 큰 본투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무기 역시 자신의 비전과 정책 공약이 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는 큰 변수다. '정치의 사법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보들의 도덕성과 역량은 현재 상당 부분 사법심사에 종속돼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또 양당 후보들이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성 정치 공세 수위를 지나치게 높이면 부동층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훈 평론가는 "네거티브전이 지속되면 스윙보터들은 투표를 아예 포기해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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