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제3자 결제 허용…'구글갑질 방지법'에 구글이 백기 들었다?

외부 결제 시스템 허용했지만 11% 수수료 붙어…"수수료 강제는 여전"

"수수료 비용 탓에 3자 결제 시스템 이용 미진할 수도"

 

"구글이 백기를 들었다."

지난 4일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구글의 새 정책 발표 이후 이어진 평가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법 준수를 위한 구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구글플레이 결제 정책 변경 계획을 반겼다.

그러나 구글이 발표한 새 인앱결제 정책을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더라도 '수수료'가 여전히 붙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붙는 구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말라는 법을 만들었더니 '수수료가 붙는 비(非) 구글 인앱결제'를 만드는 '묘수'(?)를 짜낸 것.  

지난 4일 구글을 자사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이제 한국 이용자에게 앱 내에서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개발자는 구글플레이의 결제 시스템과 함께 개발자가 제공하는 인앱 결제 시스템 (개발자 제공 인앱 결제 시스템)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14일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구글 갑질 방지법)에 따른 후속 조치다.

◇6~30%까지 널뛰는 수수료…제3자 결제 이용시 4%p 감면

해당 정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앱 안에서 구글 결제 시스템 대신 제3자 결제 방식을 이용할 경우 기존보다 4%포인트(p) 수수료를 낮춰준다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30% 수수료를 내던 서비스 업체·개발사는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26%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15% 수수료를 내던 개발사는 11%, 10%의 경우 6% 수수료가 붙는다.

구글은 연 매출, 서비스 유형별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연 매출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 이하 구간에 대해선 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구글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디지털 콘텐츠(영상·오디오·도서)의 경우에도 15% 수수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정기 구독 결제에 대한 수수료도 15%로 낮췄다. 또 전자책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최대 10%까지 수수료를 낮췄다. 구글은 이 같은 조건을 들어 99%의 업체가 15% 이하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발표로 제3자 결제 시스템은 허용됐지만,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결국 수수료를 받겠다는 구글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전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구글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국내 앱마켓 사업자인 원스토어의 경우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쓰는 앱에는 5%의 수수료만 받고 있다.

구글이 구글플레이에서 제3자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해당 시스템 이용 시 수수료 감면은 기존의 4%포인트 수준에 그쳐 논란이 예상된다. (구글 개발자 블로그 갈무리)


◇인앱결제 강제 해결됐지만, 수수료 문제는 여전

구글 인앱결제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구글이 강제한 자체 시스템만 허용이 된다는 점과 적정선에 대한 합의 없이 구글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해 강제한다는 점이다. 전자의 문제는 해결됐지만, 후자는 남은 셈이다.

당장 업계에서는 제3자 결제 시스템이 붙는 수수료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존에 30%의 수수료를 내던 업체들은 제3자 결제 시스템 사용으로 인한 수수료 감면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제3자 결제 시스템 허용을 반기면서도, 수수료 감소 효과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낸다. 구글이 여러 차례 정책을 복잡하게 변경하고 있는 점도 업계의 판단을 흐리는 지점 중 하나다.

구글은 지난해 9월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예고한 뒤 정책 적용 연기를 비롯해 매출과 콘텐츠 유형, 구글 프로그램 참여 유무로 구분해 수차례 인앱결제 정책 관련 누더기식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에 따라 외부 결제를 열어주니까 이 부분에서는 진일보한 게 맞지만, 수수료 문제로 가면 의아한 부분이 여럿 있다"며 "수수료라는 건 요건화되면 기준이 애매한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구글이 정확한 정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구글의 잦은 정책 변경에 내용 자체도 따라가지 못한 채 혼돈스러운 상황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직 내부에서 구글의 이번 정책에 대해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글 갑질 방지법' 통과 이후 한국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는 해외에서도 이번 구글 정책에 의구심을 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앱 개발자들은 구글이 아닌 다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여전히 수수료 문제에 직면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엔가젯은 "약간의 수수료 하락은 제3자 결제 시스템의 비용을 상쇄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의 법안은 앱 시장을 개방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면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방통위, 구글에 우려 표명…"시행령 위반 여부 살필 것"

방통위는 지난 4일 구글의 윌슨 화이트 구글플레이 글로벌 정책 부문 총괄과 만난 뒤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 계획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법 준수를 위한 구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개정법의 입법 취지가 충실히 실현되는 방향으로 이번 정책 변경을 실행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구글이 제3자 결제 방식 수수료에 대한 세부 내용을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힌 뒤 위와 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구글 측은 아직 방통위에 공식적으로 수수료 정책 관련 세부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의 수수료 정책 발표 뒤) 실무적으로는 구글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구글이 세부 내용을 제출하면 (시행령 위반 여부를) 꼼꼼히 살펴볼 것이며, 현재 시행령 초안에도 수수료율 등을 통해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앱마켓 관련 전기통신사업법(구글 갑질 방지법) 시행령·고시 초안에는 앱마켓 사업자 금지행위 세부 유형 중 하나로 "기타 경제적 이익 등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수료, 노출 등을 이용한 차별 등이 세부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방통위는 11월 중순까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고시를 입법 예고한 후 법제처 심사를 거쳐 공포·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조속히 입법 예고안을 마련해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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