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고 받는 '떡 만들기' 국가무형문화재 됐다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 포함

보유자·보유단체는 지정 안해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떡 만들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1일 밝혔다. 지정 대상은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전통적 생활관습까지를 포괄한 것이다.
 
'떡'은 곡식가루를 시루에 안쳐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혹은 기름에 지져서 굽거나, 빚어서 찌는 음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일생의례(백일·돌·혼례·상장례·제례)를 비롯하여 주요 절기 및 명절(설날·정월대보름·단오·추석)에 다양한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었다. 

또한, 떡은 한 해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을신앙 의례, 상달고사 등 가정신앙 의례, 별신굿과 진오귀굿 등 각종 굿 의례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제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개업떡·이사떡 등을 만들어서 이웃 간에 나누는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전승되고 있다.

이처럼 떡은 한국인이 일생동안 거치는 각종 의례와 행사 때마다 만들어서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 '나눔과 배려', '정을 주고받는 문화'의 상징이며, 공동체 구성원 간의 화합을 매개하는 특별한 음식이다.

또한 의례별로 사용되는 떡은 상징적 의미가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무형적 자산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청동기·철기 시대 유적에서 시루가 발견된 점, 황해도 안악 3호분 벽화의 부엌에 시루가 그려진 점을 미루어 고대에도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추정된다. 

'삼국사기'에서 떡을 뜻하는 글자인 '병'(餠)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고려사'를 비롯해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이색의 '목은집' 등 각종 문헌에서 떡을 만들어 먹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조선 시대에는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조리가공법이 발전하면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화되어 각종 의례에 떡의 사용이 보편화됐다. 특히, 궁중과 반가를 중심으로 떡의 종류와 맛이 한층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

'산가요록',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에서 다양한 떡의 이름과 만드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고, 각종 고문헌에 기록된 떡이 200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심온 종가의 편과 편청. 문화재청 제공
충재 권벌 종가의 불천위 제사에 올린 완성된 편. 문화재청 제공


한국 의례음식의 대표적인 떡은 각종 의례에서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일례로, 백일상에 올리는 백설기는 예부터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이라 여겨 아이가 밝고 순진무구하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고, 팥수수경단은 귀신이 붉은색을 꺼린다는 속설에 따라 아이의 생에 있을 액을 미리 막기 위해 올렸다.

백일잔치 이후에는 떡을 백 집에 나누어 먹어야 아이가 '무병장수하고 복을 받는다'는 속설에 따라 되도록 많은 이웃과 떡을 나누어 먹었다.
 
전통 혼례 시 납폐(폐백을 보낸다는 의미) 때 신랑이 신부 집에 함을 가지고 오면 그 함을 '봉치시루'에 올리는데, 이때 봉치시루 안에 붉은 팥시루떡이 담겨 있었다.

이 떡을 '봉치떡'(봉채떡)이라고 부르며, 봉치떡은 양가의 화합과 혼인을 축복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외에도 회갑상과 제례에 올리는 '고임떡'은 각각 부모님 생신을 축하하고 '만수무강'을 축원하고, 돌아가신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그 예를 다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1월 정초는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 때로 이때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고, 추석 때 먹는 송편은 햇곡식으로 빚은 떡으로 조상께 감사하는 의미로 조상의 차례상과 묘소에 올렸다.

특히 송편은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달해 감자송편, 무송편, 모시잎송편 등이 있으며 예부터 처녀들이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여 송편 빚기에 정성을 다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떡은 지역별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산물을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강원도는 감자와 옥수수의 생산이 많아 '감자시루떡'과 '찰옥수수시루떡' 등이 전승되고 있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제주도는 예로부터 쌀이 귀하고 잡곡이 많이 생산되어 떡 재료로 팥·메밀·조 등이 재료로 활용되어 '오메기떡', '빙떡', '차좁쌀떡' 등이 전승되고 있다.
 
19세기 말 서양식 식문화 도입으로 인해 우리 고유의 식생활에 변화가 생겼고, 떡 만들기 문화도 일부 축소되었다. 또한 떡 방앗간의 증가로 떡 만들기가 분업화되고 떡의 생산과 소비 주체가 분리됐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다양한 떡이 지역별로 전승되고 있으며, 의례, 세시음식으로 활용하고 이웃과 나누는 문화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처럼 떡 '만들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다는 점,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떡 제조방법 관련 기록이 확인되는 점, 식품영양학, 민속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술연구 자료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 지역별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떡의 제조가 활발하고, 지역별 떡의 특색이 뚜렷한 점, 현재에도 생산 주체, 연구 기관, 일반 가정 등 다양한 전승 공동체를 통해 떡을 만드는 전통지식이 전승·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떡 만들기'는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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