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3억 뇌물 '위례→대장동'…김만배 조사 검사도 2번 바뀌어

뇌물공여 공소시효 지난 남욱·정영학 '여유만만'

정영학 여전히 참고인 신분…'수사관처럼 굴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뇌물수수 명목을 위례신도시 사업에서 대장동 사업으로 바꾸고 김만배씨의 수사 검사를 두 차례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명확한 물증 없이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진술에 끌려다니며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며 2013년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정재창씨로부터 3억52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적용했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서 '3억원 뇌물' 부분을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정씨로부터 받은 것이라 적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소할 땐 대장동 개발사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라며 뇌물수수 명목을 바꾸고 돈을 전달한 사람도 남 변호사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김만배씨의 수사 검사 역시 두 차례 바뀌어 3명의 검사에게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김씨를 조사할 때마다 담당 검사를 바꾸며 수사 방향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구속영장은 기소에 준할 정도로 입증이 확실한 혐의를 적어야 한다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사실관계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 명의 검사가 피의자를 지속적으로 수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조사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0.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정을 못하는 등 수사에 있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국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녹취록 및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불구속 상태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 회계사는 고발을 당했음에도 여전히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남 변호사는 취재진에 "한마디 했다가 검사님한테 엄청 혼났다. 농담이다" "나중에 커피 한 잔 사드리겠다"며 농담을 던지거나 청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등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유 전 본부장에 3억5200만원의 금품을 전달했지만 뇌물공여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정 회계사는 검찰에 올 때마다 '제보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우받으며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자 대질조사에서도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마치 수사관처럼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몰아붙였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2015년 대장동 개발로비 사건으로 한 차례 구속됐다 무죄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가 자진해서 귀국한 배경 역시 과거 검찰 조사 경험을 토대로 현재 검찰의 수사가 자신에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10.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유 전 본부장의 기소 내용을 둘러싸고도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대장동 사업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013년 3억52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은 2014~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으로서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주는 부정 행위로 2020~2021년 개발이익 중 일부인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검찰은 뇌물 혐의와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가 모두 대장동 사업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면서도 두 범죄행위를 별개로 구성했다. 그렇다면 뇌물 혐의는 남 변호사 등이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대장동 사업을 민관합동으로 해주겠다"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계획을 마음대로 하라"는 말만 믿고 유 전 본부장의 요구에 따라 돈을 건넸다는 의미가 된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이었다. 공사가 아직 설립되지 않았고 대장동 개발사업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 전 본부장이 향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돈을 줬다는 것인데,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을 믿을 수 있었던 배경 즉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더 파헤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가 공소사실에서 빠지면서 검찰의 '윗선'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혐의를 빼고 기소하는 건 이례적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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