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떠나보내는 독일, 정치는 16년만에 '좌향좌' 가나

'지지율 1위' 진보 사민당, 녹색당과 연정 확실시 
집권 기민연합, 부동층 표심 업고 막판 반전 가능성도

 

독일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통합과 안정의 리더십으로 2005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하면서 어느 쪽으로든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여론 조사 각 1, 3위의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SPD) 대표와 안날레나 베어복 녹색당 대표가 최저임금 인상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배적인 어젠다로 끌고 가는 모습이다. '좌향좌' 정권 교체 시나리오다.  

다만 집권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 연합을 이끄는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의 개인 경쟁력이 약하긴 해도, 약 40%에 달하는 부동층이 보수 진영에 막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지막 3차 토론, 사민당 숄츠 '압승'

이번 독일 총선 후보들 간 마지막 토론회인 지난 19일(현지시간) 3차 TV토론회는 사민당 숄츠 대표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이번 Sat1 TV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포르자(Forsa)가 실시한 조사 결과, 시청자의 42%는 숄츠 대표가 이번 토론회에서 기민연합 라셰트(27%) 대표와 녹색당 베어복(25%) 대표를 이겼다고 판단했다.

90분간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연정 구성 의향을 재차 강조한 사민당 숄츠 대표와 녹색당 베어복 대표가 리드했다는 평가다.

두 후보는 최저시급을 현행 9.6유로에서 12유로로 인상하는 안과 2045년까지 독일 경제의 탄소 중립을 이룬다(사민당)는 등 과감한 기후변화 대응, 고소득자 증세 등에서 정책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스페인 엘파이스는 이번 토론회를 두고 "꼭 숄츠 총리와 메어복 부총리 내각의 첫 회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집권 기민연합 라셰트 대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차 토론회처럼 이미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어조도, 2차 토론회 때 숄츠 대표를 향해 발휘한 공격적 태도도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고 엘파이스는 평가했다.

지난 토론회에서 라셰트 대표는 숄츠 대표가 당선하면 급진 좌파 링케와 연정을 이뤄 정치가 좌경화될 것이는 공세를 펼쳤지만,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여론조사기구 인사(INSA)가 실시한 가장 최근 선호도 조사에서 사민당이 26%로, 여전히 기민연합(21%)과 녹색당(15%)을 앞서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후보 개인 경쟁력도 라셰트가 뒤처져

오는 26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독일 유권자들은 2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1장은 후보에게, 다른 1장은 당에 투표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당과 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일치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터 마투셰크 포르자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엔 당과 후보가 조화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올해 숄츠의 경우 사민당 지지율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기민연합이 받은 지지율의 최소 10%포인트(p)는 '메르켈 효과'에 기인했으며, 메르켈 총리가 물러남에 따라 기민연합의 지지율이 증발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베 준 트리어대 정치학 교수는 "독일에서 안정은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숄츠 대표는 (기민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 결과) 현재 부총리 겸 재무 장관이고, 유권자들은 그를 30년간 지켜봐왔다"면서 "반면, 라셰트 대표는 리더십을 입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라셰트 대표의 낮은 인기와 관련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연방의회(분데스탁) 의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가 기민당 총재직 의사를 3년 전에 밝히고도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음으로써 후임 총재는 인기를 얻을 기회를 잃었다"면서 "후임 총재가 메르켈 같은 안정성을 보장할 경험을 충분히 갖지 못한 상황에서, 변화를 추구하진 못할 거란 메시지만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녹색당 베어복 대표의 경우 정치 경험은 부족하고 선거 운동 기간 실수도 많았지만, 기후 변화 대응을 경제 발전보다 우선시하는 18~29세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반 세기 만에 전례 없는 3당 연정 출범하나

후보 경쟁력과 당 지지율 모두에서 사민당 숄츠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주목받는 가장 큰 정치 지형 변화는 반 세기 만에 전례 없는 3당 연정이 출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지지율 배분 구도에서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합만으로 정부 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의 독일 대안(AfD)을 제외하고 실용적인 자유민주당(FDP)과 극좌 링케 모두 참여 가능성이 열려있다. 

자유당과의 이른바 '신호등' 연합은 중도 좌파 성향을 띠게 되지만, 링케가 참여하는 '적녹적' 연합은 보다 좌경화될 소지가 있다. 링케는 과거 동독을 통치한 공산당을 계승해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낮은 편이다. 

사민당은 메르켈 총리의 4선 16년 집권 기간 중 12년간 대연정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숄츠 대표는 이번 토론회에서 기민연합과의 대연정 가능성 관련 질의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기민연합이 이제는 야당으로 내려가길 바라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안정' 원하는 유권자들, 막판 역전 가능성 여전 

다만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엔 변수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볼프강 메르켈 베를린 흄볼트대 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두 가지 요인으로 부동층이 많고, 이전에 지지하던 정당과는 다른 곳에 투표하는 현상이 가속화하는 점을 들어 "결과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숄츠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이긴 해도 3~4%포인트(p) 정도로 격차가 크지 않다"며 "막판에 부동층이 보수 성향을 보여, 과감한 개혁과 실험적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전통적인 정당에 표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거 이후에도 연정 협상이 지연돼 새 정부 구성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메르켈 총리의 퇴임이 늦어진다.

후임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메르켈 총리가 얼마나 자리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제한이나 규정은 없지만, 지난 2017년 총선 이후 새 정부가 구성되기까진 6개월이 걸린 바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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