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사퇴…사상 첫 여성·한국인 WTO 사무총장 또 멀어져

 미국 돌아선 듯, 세번째 도전도 실패…당선 가능성 높아 아쉬움 커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한국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배출에 대한 기대가 또 다시 미뤄졌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하면서다.

유 본부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사무총장에 도전했지만 선출 선호도 등에서 열세를 보이며 5일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이 전임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유 본부장의 후보직 사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5일 유명희 본부장이 이날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를 WTO 사무국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TO는 작년 하반기에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총 3차례 회원국 협의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0월말 최종 회원국들의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대한 164개 회원국의 선호도 조사 결과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하면서 WTO는 그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곧장 무역대표부(USTR) 성명을 통해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와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비토' 의사를 밝히면서 회원국 간 컨센서스 절차가 중단된 상태였다.

경쟁 상대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표 차이가 많아 유 본부장이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는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않다.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모든 회원국의 전원 의견 합치를 원칙으로 하는 WTO 의사체계에 따라 미국의 지지가 '막판 뒤집기' 카드처럼 여겨졌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WTO의 규범 존중을 토대로 한 관계개선·무역구제조치 남발 자제 등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봤을때 대세가 기운 이번 WTO 총장 선거에서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결과를 수용하면서 다수를 포용하는 쪽에 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유명희 본부장의 후보직 사퇴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최종 후보를 가리는 3라운드에 오르며 어느때 보다 당선 가능성이 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나라의 WTO 사무총장직 도전은 1995년에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에 박태호 전 본부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당시 정부는 대륙간,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번갈아 사무총장을 맡은 지역순환론이 우세인 분위기에서 아시아 출신, 특히 한국인이 선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계산에서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

한편 산업부는 "앞으로도 책임 있는 통상강국으로 다자무역체제의 복원‧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기여해나갈 것"이라며 "WTO 개혁·디지털경제·기후변화(환경) 등을 포함한 전 지구적인 이슈의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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