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야 한다"…아프간 女시위대, 탈레반에 목숨건 인권 시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의 통치와 성차별적 폭력에 항의하고자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왔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수십 명의 여성들이 아프간 중서부 헤라트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인권 보장 운동을 펼쳤다면서 탈레반의 공허한 약속에 싫증 난 여성들은 헤라트 주지사의 집무실로 행진해 탈레반 조직원들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고 탈레반 조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우리는 함께 있어" 등 구호를 외쳤다고 WP는 설명했다.

탈레반은 집권 1기(1996~2001년) 기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여성 인권을 무참히 탄압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전통복)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고, 남성 동행자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으며 과부나 미혼 여성 또는 13세 이상 소녀들을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시켰다.

그러던 탈레반이 집권 2기(2021년 8월~)에 들어서면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히는 등 과거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면서 부르카를 엄격히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러나 탈레반의 통치하에 생활하게 될 여성들은 공포에 떨며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사비라 타헤리는 "(탈레반 집권 후) 2주간 나는 집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 침묵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점령한 지 몇 주 만에 여성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집에 갇힌 것에 싫증이나 친구들 5명과 주변에 전화를 돌려 시위를 예고했다. 그러나 타헤리는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시위에 동참할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WP에 전했다. 

타헤리는 시위 전날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는 "두려웠지만 선봉에 나서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 탈레반은 우리를 거리에서 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놀랐고 우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은 이번 시위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시위대를 향해 집으로 복귀하라 명령했으나, 여성들은 거리에 남아 시위를 이어갔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지난 15일 탈레반은 미군에 의해 카불에서 쫓겨난 지 약 20년 만에 아프간을 탈환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은 탈레반을 쉽게 합법 정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 제재를 본격화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 터키는 탈레반의 집권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유럽연합(EU)은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하기 위해서는 인권 존중, 통행 자유, 테러 억제, 정치 보복 자제 등 구체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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