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북한이 백신을 '양보'한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국'을 주장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양보'해 눈길을 끌었다. 강력한 통제로 1년 넘게 외부세계와의 격리를 택한 북한도 백신 수급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코백스는 북한에 297만 회분의 백신을 배정했고, 북한이 이번에 양보한 백신이 이 물량이다.

지난해 9월부터 코백스를 통한 백신 지원을 추진해 온 북한이 막상 배정 받은 물량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다양한 해석 중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실제 백신을 주민들에게 접종할 수 있는 적합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보관 온도나 유통에 있어 다른 약품에 비해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의학적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이 이 백신을 받고도 적절하게 보관, 유통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백신은 유통기한도 짧다. 297만 회분의 백신은 북한의 전체 인구 약 2500만여 명이 '집단 면역'을 이루기는 부족한 양이다. 297만 회를 소진한 뒤 추가 백신을 수급하기까지 장기보관이 어려운 이 백신의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코백스를 통해 지원된 백신이 중국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이라는 점이 북한의 '양보'의 원인일 수 있다. 시노백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은 개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 후에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며 '물백신'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효능도 효능이지만 북한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많은 걱정을 한 것 같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7월 다양한 정보 분석을 통해 북한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는데, 이는 백신 접종 국면 초기 AZ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까지 이르는 사건이 몇 차례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자신들의 방역 방침에 대해 일단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을 닫고 외부와의 교류를 거의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등 '비상방역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동시에 올해 새 국가경제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자력갱생 기조로 첫 해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은, 당장 외부를 향한 문을 열 계획이 없어 보인다. 이 같은 기조에서 전반적인 방역 정책에 급한 변화를 줘야하는 백신을 굳이 받을 필요성 자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 같은 내부적 요인 외에 외부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북한의 이번 '양보'의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먼저 충분치 않은 백신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평양 중심, 중앙 권력 중심의 국가 운영을 하는 북한은 지원된 백신도 평양에 먼저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방식은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조심스러운 이야기는 북한이 한미와의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두고 백신의 도입을 미루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미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북한과의 '밀당' 국면에서 최근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공감했다. 그리고 지금 북한이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가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지원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건설을 추진한 평양종합병원은 최첨단 의료 기술 도입이 어려워지며 예정된 완공 기한을 1년 가까이 넘기고 있다.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기술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노크'하기 위한 나쁘지 않은 카드다. 어쩌면 북한도 대화의 명분과 극적인 '이벤트'를 위해 이 여지를 남겨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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