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재건 위해 軍 파견 시대 지났다" 바이든, 정책 변경 시사

미국·동맹국, 2주간 아프간서 12만3000여 명 대피시켜
바이든, 대외정책 초점 중국 등 새 영역으로 전환 시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타국의 재건을 위해 미군을 대규모 배치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정책 변경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 대외 정책의 초점은 보다 뚜렷하게 중국 견제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제 끝났다. 나는 이 전쟁을 언제 끝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한 네 번째 대통령"이라면서 "대선에 출마할 당시 아프간 전쟁을 끝내겠다고 다짐했고,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고 운을 뗐다.

 

이날 아프간 현지시각으로 밤 11시59분 미군을 실은 C-17 수송기는 자정을 1분 남기고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 20년간 이어오던 아프간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한 지 불과 2주 만에 미국과 동맹국은 미국인 5500명 그리고 12만3000여 명의 아프간인을 제3국으로 대피시켰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단순히 아프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는 타국을 재건(nation-building)하기 위한 주요 군사 작전의 시대를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유산인 '테러와의 전쟁'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고자 단호하게 아프간에서 철수,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리셋' 버튼을 눌렀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임무는 20년 전 테러 공격에 대항하는 것에서 벗어나 앞으로 세기에 걸쳐 미국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변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 10년 더 꼼짝 못 하는 걸 제일 좋아할 수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아프간 내 IS-호라산(IS-K·이슬람국가의 아프간 지부) 등 테러 단체는 여전히 미국의 국익을 위협할 것이며 IS-K는 아프간을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심사는 비국가 활동세력에서 더 넓은 영역으로 옮겨졌다. 매체는 바이든에게 있어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군사적 그리고 정치적 '낙진'이 유일한 관심사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불 사태가 격렬하게 전개되는 동안 카말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고, 이 기간 중국에 대한 견제를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후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을 준수하도록 압박하고 과도한 영유권 주장과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강한 존재감을 계속 드러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 외교정책 연설에서도 "우리는 중국이 계속 강압하고 협박하며 광대한 남중국해 대부분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중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와 (다른) 나라의 주권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그간 국제 경찰을 자처하면서 역사적으로 군사 침략, 대량 학살, 핵확산 등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해왔다. 개입한 국가도 베트남, 이라크부터 독일, 일본, 한국, 보스니아, 코소보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의 사례와 같이 즉각적 위협이 제거되고 목표가 달성되면 미국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런 상황 속 미국은 영구 주둔, 주기적 재침략, 혹은 최소한 수준이 갖춰진 후계 체제 구축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왔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알카에다의 부활 위협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는 3번째 옵션(후계 체제 구축)을 선택했지만, 이에 대한 파급효과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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