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피해자, 보상금과 별도로 정신적 손배 청구 가능"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참가했다가 영장없이 연행된 후 재판에 넘겨져 수감생활을 한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1980년 5월 서울 중구의 한 인쇄소에서 '구속인사 석방', '5·18 이전으로의 복귀' 등을 주장하는 유인물 1000부를 사전검열 없이 출판하고 배포할 것을 모의한 혐의(계엄법 위반)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그 후 1982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1994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심의위원회로부터 수형일수 형사보상금과 생활지원금 등 명목으로 9980여만원을 보상받았다. 이어 재심을 청구해 2012년 무죄가 확정됐다.

이씨는 심의위원회 보상과는 별도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법 규정에 따라 민법상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를 포함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일체에 대해 민사소송법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이씨가 당한 불법 구금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되긴 하지만 이씨가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1982년에서 훨씬 지난 2012년 8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피해' 중 '정신적 손해' 부분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보는 게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법률상 근거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와 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며 "이씨 사건이 위헌 결정 전에도 법원에 계속 있었기 때문에 이씨와 가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장기소멸시효가 아닌 단기소멸시효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단기소멸시효),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장기소멸시효)으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과거사정리법에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은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게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첫 판시"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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