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코로나 의료진 총파업 전운…한계 다다른 K방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한국형(K)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지속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차 대유행 이전까지 코로나19를 잘 억제한 K방역은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료진을 갈아 넣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되고 1년 7개월이 지나자 이 방식에도 한계가 왔다.

◇30대 젊은 간호직 공무원 숨져…보건노조 "더는 버틸 수 없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뜻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전개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를 빠르게 억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갔다.

오랜 세월 의료기관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역학조사 담당한 의료진, 공무원들 피로는 극에 달했다. 사람 갈아 넣어 유지해온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 후유증도 컸다. 지난 5월 26일 부산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직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7년차 공무원인 고인은 30대로 젊은 나이였다.

고인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동구 한 병원을 담당했다. 유족은 고인이 보건소로부터 과다하게 부여받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렸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가 입장문을 발표하고 "간호직 공무원 사망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한여름에는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 검체를 채취하거나 돌본다. 30분만 일해도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 등 업무 강도가 매우 세다.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의료진도 많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탓에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생기고 무기력증·자기혐오가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9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보건의료 인력과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9월 2일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더는 버틸 수 없고 너무 절박하기 때문에 파업을 결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약 4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3교대 간호사 이직 고려율이 80.1%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신규 간호사의 42.7%는 '1년 안에 일을 그만둔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 75.4%는 '코로나로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 "의료자원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 내놓아야"

K의료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의료인력 등 의료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의료진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의료자원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했다"며 "병상을 각 의료기관에서 차출하는 것보다 공공 전담병원을 더 확충해 중환자실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는 "솔직히 의료인력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환자 병상 진료를 위해 의료진이 추가로 배치하거나 채용하고 보상도 확대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병원에도 권한을 주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검토해야 한다"며 "병상이 있어도 중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경고했다.

이재갑 한림대 한림성심병원 교수는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도 병원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맞다"며 "처음부터 종합적인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환자실 인력을 키우고 현장에 투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을 상비군 개념으로 언제든 차출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아직도 만들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의대 교수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이뤄지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 잘 전달되는 것 같지 않다"며 "피로감과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인력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로 가려면 중환자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가치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공존을 뜻하는 '위드(with) 코로나'를 9월 말 또는 10월 초쯤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전 국민의 70%에 대한 백신 1차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만 12세 이하 무증상 및 경증 확진자는 자택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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