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탓 승진 좌절되자 극단선택…법원 "업무상 재해"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최종후보 올랐지만 "재추진 계획"에 비관

"장관 추천자 탈락하자 공모 재추진…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모집 절차에 지원했다가 최종후보까지 올랐는데도 김은경(사진) 당시 환경부 장관 추천자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떨어지자 재공모가 추진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이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의 배우자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등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이던 A씨는 2018년 4월 기술원 상임이사 직위인 본부장 공모에 지원했다. 청와대 인사검증까지 거쳐 A씨를 포함해 2명으로 최종 후보가 압축됐다.

그런데 A씨는 같은해 7월 간부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목적이다. 원내에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같은 이야기에 좌절한 A씨는 수첩에 '자괴감을 느낀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등 신변을 비관하는 글을 적었다.

본부장 임명절차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A씨의 원대 복귀가 검토됐다. 사실상 좌천인사였다. A씨는 이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스트레스로 10일 동안 출근하지 못 했고 불면증과 우울감 등을 호소하면서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같은해 12월 A씨는 "환경부 근무 20년, 기술원 근무 13년 동안 열심히 일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냈다고 생각했지만 인사권자와 내 생각은..." 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아내 B씨는 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며 "업무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심사절차가 통상적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30년 넘게 환경부 또는 산하 기술원에서 근무했던 A씨로서는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불면증과 우울증상 등이 발생해 출근하지 못 하면서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입원치료까지 받았고, 달리 가정적·경제적 문제 등 극단적 선택에 이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추천한 C씨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자 재공고가 추진됐고, 기술원 내부에서 A씨를 임명하자고 건의했으나 공석이 계속 유지된 점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기술원 내부 건의 등에도 불구하고 A씨가 간부회의에서 본부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괴감과 실망감을 느꼈다"며 "전문의가 승진 좌절 등이 업무적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수 있고, 약 2달 전부터 우울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추정한다는 회신을 보냈다"며 A씨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발병한 우울증에 의한 것이었다고 봤다.

한편 김 전 장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공개모집 절차에서 공정하지 않게 탈락한 후 좌천성 인사가 예상되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세가 발현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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