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당정 또 '충돌'…여 "전쟁 나도 재정 따질텐가"

이낙연 "재정의 주인은 국민, 필요하다면 써야"…정태호·설훈 "홍남기 사퇴" 부글
홍남기 "재난지원금 발언, 절제된 것" 반대입장 고수…당정 논의 과정서 갈등 불가피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당정 갈등이 또다시 표출되고 있다. 보편·선별 지원 방안을 모두 담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당내에선 일제히 홍 부총리의 거취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고통 앞에서 정부·여당이 더 겸허해지길 바란다. 재정의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할 때가 됐다"며 "재정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지탱해드리는 데 필요하다면 재정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날(2일) 홍 부총리가 보편·선별 지원을 병행한 4차 재난지원금 제안에 대해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해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긋자 재정당국을 질타한 것이다.

당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염태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홍 부총리를 향해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늘이 입춘인데 춘래불사춘(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안타까운 요즘"이라며 "정부·여당은 한 몸이다. 지금 위기를 넘기고 국민에게 봄을 돌려줘야 하는 정부·여당의 공동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급기야 당내에서는 홍 부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홍 부총리의 재난지원금 관련 발언에 대해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며 "즉각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고위원회의 참석자 중 한명인 정태호 의원은 회의에서 홍 부총리의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만류했다고 한다. 

당내 중진인 설훈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 부총리가 민생 현장이 얼마나 급박하고 어려운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가한 소리'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곳간지기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재정당국의 반대 입장에도 선별·보편 지원을 병행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 대변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의 극심한 고통을 정부 재정을 통해 덜어드려야 한다는 이 대표의 연설 의지를 관철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최고위) 다수 참석자 의견으로 모아졌다"며 "앞으로 4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함께 당 지도부가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야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기재부가 보편 지급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의 당정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당과 갈등 상황을 빚은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1.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홍 부총리는 이날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재난지원금과 추경(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이 대표가 말씀을 주셨는데 정부와 조금 다른 이견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확정된 걸로 전달이 될 까봐 재정당국의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제가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SNS에 말한 것처럼 절제해서 잘 표현을 드렸다"며 "많이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당·정간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급 방식과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고 재정 여건 상 선별·보편 지원을 포괄한 대규모 재난지원금 지급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당정 논의 과정에서 재난지원금 규모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재난지원금이 현실화할 경우 재원은 대부분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본예산 심사 과정에서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추가하는 대신 각 부처 사업 예산이 대폭 감액돼 지난해처럼 지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데다 예비비도 연초에 5조6000억원이 집행돼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올해 본예산을 심사하면서 각 부처의 불요불급한 예산은 최대한 들어냈고 지금은 각 부처가 1월부터 예산 조기집행을 서두르고 있는 단계"라며 "하반기에 사업을 하다가 집행이 부진해 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4차 재난지원금은 국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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