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푸틴의 위기…러시아 전역서 반푸틴 시위 격화

 

수도 모스크바 등 곳곳서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
수천명 체포에도 불구 시위 강행…긴장 고조

 

31일 러시아 전역에서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반푸틴'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시위대 1000여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 러시아 전역서 "푸틴은 도둑놈" : 일요일인 지난 3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푸틴은 도둑놈"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반푸틴'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등에서도 열렸다. 특히 시베리아 야쿠츠크에선 영하 42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독극물 중독으로 의식을 잃기 전 나발니가 방문했던 시베리아 톰스크에서도 시위대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나발니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지역은 모스크바로, 낮 12시(현지시간)쯤부터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앞서 모스크바 경찰은 도시 중심부에 수백 명의 경찰을 집중 배치해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7개 지하철역을 폐쇄하는 등 시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만전을 가했지만 시위대가 모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위자는 "시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국의 완전한 무법행위에 신물이 난다"고 밝혔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OVD-Info)는 이날 시위로 현재까지 모스크바에서만 142명을 포함해 총 1009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구금됐다.

 

◇ 지난 시위서도 대거 체포…긴장 고조 :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3~24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내 120여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위가 열린 바 있다.

지난 시위 당시 모스크바에서만 최대 4만명이 모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1만여명의 시위대가 거리에 나섰다.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 시위에서 모스크바 1398명, 상트페테르부르크 526명 등 최소 3521명이 체포됐다.

이처럼 수천명이 체포됐음에도 시위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집권해온 푸틴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과 분노가 당국의 공개적인 나발니 때리기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이번 시위는 작년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나발니가 이달 17일 귀국한 뒤 당국에 전격 체포된 것을 계기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2000년대 후반부터 푸틴 정권의 각종 부패·비리의혹을 고발하는 활동을 해왔고, 특히 2011년 12월 러시아 총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면서 정권의 요주의 대상이 된 인물이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해 그간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치료 후 귀국한 나발니를 러시아 당국이 즉시 체포한 것이다.

러시아 당국이 이번에 나발니를 체포한 사유는 '2014년 판결에 따른 집행유예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수사기관에 출두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발니 지지자들은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블링컨 美 국무, 러시아 당국 비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 당국의 이번 시위 강경 진압을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31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2주 연속 평화 시위대 및 언론인을 상대로 가혹한 행동을 한 것을 규탄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러시아가 나발니를 포함해 자신의 인권을 행사한 혐의로 구금된 사람들을 석방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 23일 시위가 일어났을 때도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러시아 당국의 강경 진압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번에 블링컨 장관이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은 비난 수위를 한층 더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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