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人사이트] "한해 1000만명 오던 중국인…썰렁한 명동, 맘 아프다"

 

'한국말 자유자재·한반도 30년 인연' 부임 1돌 싱하이밍 중국대사
"남북 부자연스러운 정전상태 지속…피는 물보다 진해, 대화하라"

 

정확히 1년 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중 관계가 어수선했다. 한국에 부임한 지 일주일밖에 안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도 제출하기 전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리고 유창한 한국말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통역도 필요 없었다. 방역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준 한국에 대해 고마움도 표시했다. 거침이 없었다. 한반도는, 남북한은 그에겐 ‘제2의 고향’이라기보다는 ‘안방’에 가까웠다.

앞선 두 명의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국제,일본통이었다. 반면 그는 외교부 초년병 때부터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1992년, 당시 그의 나이 26살 때 한국과 중국이 비밀리에 국교 정상화 협상을 할 당시 통역을 하며 실무에 투입됐다. 서울에 자리 잡을 중국대사관 현판을 포장해 홍콩을 거쳐 서울로 나르기도 했다. 비서관, 참사관, 공사 등 이미 세 차례 한국에 근무했고, 중간에 북한에도 한번 근무했다. 북한의 사리원 농과대학을 졸업한 북한통이자, 한반도통인 그가 주한 대사로 부임했으니 베이징 외교가에선 ‘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라고 했다.



◇26살 때 한중수교 실무 참여…30년 후 '장군'이 되어 서울에

싱하이밍(57) 주한 중국대사는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외교부 신참 시절에 언젠가는 한국대사로 부임할 것을 꿈꾸었냐?”는 질문에 “장군을 꿈꾸지 않는 병사는 좋은 군인이 아니다”는 말로 대답한다. 지난 1년간 싱 대사는 종횡무진이었다. 오랜 한국 생활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폭넓은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한국말을 현지인처럼 하니 어려움이 없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깊은 신뢰도 받고 있다고 한다. 35년 외교관 경력에서 4년4개월의 주몽골대사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9년4개월, 북한에서 5년, 외교부에서 15년 등 대부분을 한반도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7일 한중 외교 30년의 산증인인 그의 한국 부임 1주년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진행했다.         

    
“한국과 중국이 처음 외교적 관계를 맺을 때 비밀 접촉할 때부터 실무요원으로 일했다. 당시 한국은 대만과 오랜 수교국이었다. 심리적으로 부담감은 없었나?”
-지금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당시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1992년 8월 22일 홍콩을 거쳐서 한국에 들어왔다. 가방에는 대사관 관인이 들어 있었고, 대사관 현판도 포장했다. 대사관 개관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때는 많이 낯설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다. 중한 양국은 수천년의 역사를 공유했고,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배우면서 일을 하자는 마음이었다. 이제 29년이 흘렀다. 당시 양국 관계가 이렇게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중 외교관계를 처음부터 몸으로 체험한 셈이다. 대사로 지낸 지난 1년 소회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30년이면 강산은 세 번이나 변한 셈이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세계 경제 2위의 대국이 됐다. 지난 한해는 가슴 쓰린 슬픔과 용기와 의연함이 함께했다. 고달픔과 희망이 교차한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많은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산이 가로막으면 길을 뚫고 강이 가로막으면 다리를 놓는 정신으로 열심히 극복했다.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인 상호 소통을 유지하며, 양국 관계의 발전과 다자간 국제협력을 위한 방향을 정하고 이끌었다. 지난해 양제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했다. 또 한국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 유해의 인수인계를 순조롭게 진행했다. 양국은 동주공제, 수망상조(同舟共濟, 守望相助·서로 지켜주고 도우며 함께 어려움을 극복)의 마음으로 서로를 도왔다. 양국 간 연합 방역 협력 체제를 가장 먼저 수립했고, 중요하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인적 왕래에 편의를 제공하는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제도를 최초로 실행했다.

“한국말이 유창하다. 북한에 유학한 계기는 무엇인가?”
-평양에서 1년간 어학 연수를 하고, 사리원에 가서 대학을 마쳤다. 1981년이었다. 중국은 1979년 덩샤오핑 선생에 의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직후였다. 국비로 유학을 갔는데, 갈 수 있는 나라는 3~4개국 정도였고, 북한은 그중 하나였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2021.1.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중국 대사관은 명동 한가운데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많은 중국 관광객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가하다. 언제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나?”
-코로나 이전엔 한해 1000만명이 오고 갔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꼭 필요한 분들만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가 없어지면 폭발적으로 중한 관광은 늘어날 것이다. 명동 거리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문대통령-시진핑 문화교류의 해 지정 선포…실무적 구체화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하기 전에 시진핑 주석과 최근 통화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양국 관계의 발전에 있어 정상 간의 의사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 대사를 포함한 실무진들은 둘 간의 합의를 따라 가면 된다. 이번 통화에서 2021년부터 두 해를 중한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했다는 것을 공식 선포했다. 우리는 실무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이 언제 방한할 것인가?”
-애초 지난해 상반기에 방한하기로 됐었다. 실무 협의를 마친 상황에서 코로나 때문에 진행을 못했다. 코로나만 극복하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다. 양국 정상이 대면 교류하는 것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미국과 중국 관계는 껄끄러웠다. 바이든 행정부와는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나?”
-올해는 헨리 키신저 박사가 중국을 방문해 중미가 ‘핑퐁 외교’를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미국 바이든 정부의 집권 첫해다. 또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다. 중미 관계는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미가 협력하면 양쪽에 모두 이롭고, 싸우면 서로에게 해가 되므로 협력만이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중미 양국은 사회 제도와 발전 단계, 역사와 문화가 다르므로 차이와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이것이 양국 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에 영향을 주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의견의 불일치가 분열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세계 경제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미 양국은 최대 개발도상국과 최대 선진국, 그리고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장애를 제거하고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미국이 상대방을 무시하고 모든 힘을 동원해서 때리거나 압박하면 우리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의 연설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의 다자주의 메시지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인가?”
-중국 외교에서는 다자주의를 많이 제창한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시 주석이 지난달 25일 ‘다보스 어젠다’ 회의의 특별연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적인 문제 해결의 출구는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실천해서 인류 운명공동체의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자주의의 요지는 국제적인 사안을 모두가 함께 상의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누구의 팔이 굵은지, 누구의 주먹이 센지, 즉 누가 강하다고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각국의 역사, 문화와 사회제도의 차이는 대립과 대항의 이유가 아닌 협력의 원동력이다.

중국, 북한과 소통 잘되는 편…‘쌍궤병행' ‘쌍중단' 구상 실행되기를
“중국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다. 남북한 관계 개선에는 중국 역할이 크다. 주한 중국대사로서 앞으로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예측하나?”
-한반도 문제의 진짜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남북한 간 대화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 왜냐하면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는 아직도 정전(停戰)상태다. 부자연스럽다. 중국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확고하게 지지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중국과 북한과는 전통적인 관계다. 서로 의사소통은 잘 되는 편이다.우리가 제시한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 사상과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대규모 한미 협합훈련 동시 중단)’구상은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이다.

“남한과 북한은 독자적 대화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미중일러 한반도 주변 4대강국의 이해 관계에 얽혀서 독자적으로 풀기가 쉽지 않다. 한반도가 둘로 나뉜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직접 대화를 강조한 점을 의미있게 받아들여도 되나?”
-한반도의 핵심 당사자는 남북한이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2021.1.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 문화 콘텐츠의 대중 수출은 아직도 많은 제약이 있다. 최근 한국산 게임이 중국에서 판호(허가)를 받고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중국 라디오에서 방송되면서 한한령의 해제에 대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언제 가능할 것인가?”
-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인문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고 양국 간 문화 산업 등 관련 분야에서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의 발전 과정에서 일부 문제와 곡절을 겪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일시적인 것이다. 서로 비난하거나 갈등을 확대해서는 안된다.

“내년에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코로나로 정상적인 개최가 될지 걱정이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준비에 매우 좋은 모범이 됐다. 현재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기초시설의 건설은 단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얼마 전 베이징, 허베이 두 지역의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중국의 큰 행사로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엄숙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올림픽, 공유 올림픽, 개방적 올림픽, 청렴한 올림픽의 이념을 실천할 것이다.

“한국 음식 좋아하나?”
-무척 좋아한다. 특히 김치를 좋아한다. 몽골대사를 하면서 울란바토르에 있는 한국요리 집을 모두 ‘소탕’했다. 서울 명동 주변에 있는 꼬리곰탕집과 냉면집을 자주 간다.

“남북한 음식은 어떤 차이가 있나?”
-비슷하다. 한국의 김치는 좀 찐하다. 오래 장독에 담가두어서 그런지 많이 익어서 신맛이 난다. 북한 김치는 대부분 사각사각하다. 북한의 불고기는 대부분 돌솥에 굽는다. 옥류관 냉면도 좋아한다. 사리원 냉면도 특색이 있어 좋다.

“한국에서 네 차례 근무했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도시는 있나?”
-서울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 지방은 거의 다 가봤다. 제주도는 20여번 갔다. 내가 살아 온 서울을 가장 좋아한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2021.1.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30년 전, 중국 외교부 말단 직원으로 한국에 왔을 때 언젠가는 주한 대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나?”
-장군이 되고 싶지 않은 사병은 결코 좋은 군인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한국 대사 된 것은 시진핑 주석의 나에 대한 큰 신임으로 생각한다. 한국말도 하고, 한국 친구도 좀 있고, 한국 국민들의 감정도 안다. 그것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양국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노력할 것이다.

◇한국 김치는 장독에 오래 두어 찐하고 신맛…북한은 사각사각한 맛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어떠한 의미가 있나?”
-중한 양국은 30년 동안 정치적 신뢰, 경제적 융합, 문화적 친분을 쌓았다. 그것은 우리 만남이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수 노사연의 노래 <만남>이 중한관계는 말해주고 있다. 수천년 역사를 공유하고, 가까운 이웃이 아니면, 이렇게 될 수 없다. 중한 무역은 한미, 한일, 한유럽보다 많다. 올해는 소의 해다. 소는 중한 양국의 전통 문화에서 헌신적이고 진취적이며, 괴롭고 힘든 일을 참고 견디는 것을 상징한다. 중국 공산당은 ‘부수감위유자우(俯首甘爲孺子牛, 기꺼이 고개를 숙여 인민을 위해 소처럼 봉사하리라)라는 봉사 정신을 계승했다. 한국 국민은 ‘뚝심’이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우기충천(牛氣衝天, 소의 기운이 하늘을 찌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며칠 뒤면 중한 양국 모두의 전통 명절인 설이다. 한국 국민 여러분 모두 가정에 즐거움이 가득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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