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돼지고기 물가지수 6.2% 상승…35개월來 최대폭

공급 부족 여파…돼지·소 가격 당분간 상승 지속할 듯

최근 밥상에 주로 오르는 축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채소류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가 했더니 이제는 돼지고기 가격이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1.5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9.5%) 이후 35개월 만에 나온 최대 폭 상승으로, 이를 통해 전체 소비자물가가 0.15%포인트(p) 올랐다.

'금배추' 불렸던 채소 가격 잡으니 축산물 가격 급등

그동안 농축수산물 중에서 물가 상승을 이끈 건 채소류였다. 같은 조사에서 채소류 물가지수 상승률은 2024년 9월 11.5%, 10월 15.6%, 11월 10.4%, 12월 10.7% 등 연달아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며 급등했다.

대부분의 채소 가격이 치솟자, 배추·무·상추·시금치 등 주요 품목 이름 앞에 '금(金)'자를 넣어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점차 상승폭이 꺾이더니 지난 5월 채소류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파(-33.4%), 배추(-15.7%) 등의 낙폭이 컸다. 최근 기상 호조로 채소류의 산지 출하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최근 급등하는 추세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 5월 통계청 조사에서 돼지고기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4% 올랐다. 5월 돼지 도매가격의 경우 1㎏당 5812원으로, 전년 동월(5278원) 대비 10.1% 상승했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 건 우선 공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5월 돼지 도축량은 150만 1000마리로,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했다. 연휴 등 작업 일수가 감소하면서 도축 마릿수도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여기에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들여오는 돼지고기가 산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가가 높아졌고, 그에 따라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산 가격까지 덩달아 뛴 것이다.

소고기 가격도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5월 한우 도매가격은 1㎏당 1만 8236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고기 역시 최근 사육 마릿수와 도축 마릿수가 모두 감소하는 등 공급 이슈로 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공급 부족 해결…그때까진 더 오른다

당분간 돼지고기 및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돼지 도매가격은 1㎏ 당 5900~6100원으로 전년 동월(5969원) 대비 1.2% 내외, 평년(5545원) 대비 8.9% 내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돼지 도축 마릿수 감소 및 국내산 가공용 원료육 부족 등 현재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돼지 도축 마릿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는 등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돼지 도매가격은 1㎏ 당 5300~5500원으로, 전년 대비 3.5% 내외로 상승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소고기 역시 공급 감소 현상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3분기 한우 도매가격이 1㎏ 당 1만 8500~1만 9500원으로, 전년 동기(1만 8274원) 대비 1.2~5.4%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수입산 늘려 공급 증가…대형마트도 행사 확대

정부는 축산물 공급 증가를 위해 돼지고기 1만 톤에 대한 할당 관세를 적용하는 등 수입량 늘리기 대책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5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5만 6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소고기의 경우 1~5월 누적 수입량이 19만 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다.

대형마트업계도 정부와 협력해 축산물 할인 행사에 대거 나서고 있다. 이달 초 대형마트 3사 모두 냉장 삼겹살 및 한우 등 주요 축산물에 대해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마트는 12일까지 돈 삼겹살·앞다리·뒷다리 전 품목과 한우 전 품목 등에 대해 40% 할인한다. 롯데마트도 12일까지 '곡물 먹여 키운 호주산 척아이롤'을 70% 할인하며, 홈플러스도 오는 18일까지 캐나다산 '보먹돼 삼겹살·목심'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축산물 가격은 물가 상승기에 티가 많이 나기에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고객들의 체감도가 크다"며 "정부의 소비 촉진 정책 등을 활용해 할인 행사를 최대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