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판사 "비상입법기구 뭔가"…尹 "김용현이 썼나 기억 안 나"

차은경 판사 유일한 질문에, 尹 "제대로 할 생각 없었다"

尹, 계엄 선포 후 최상목 대행에 비상입법기구 예산 마련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한 비상입법기구 문건 관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창설 의도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 질문은 차 부장판사가 4시간 50분간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 유일한 질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40분간 비상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이후 심사 종료 직전 5분간 이어진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차 부장판사의 질문에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 계엄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충 선포하고 국회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고 순순히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최 권한대행에게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을 포함해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차 부장판사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 기능을 대신하는가', '정확히 어떤 성격인가'고 거듭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총을 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군 지휘부의 진술에 대해선 "수사 경험을 비춰보면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4시간 50분간 이어진 영장실질심사 끝에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이날 오전 3시쯤 구속됐다. 비상계엄 선포 4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한 지 나흘만으로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당초 예상을 깨고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지만 구속됐다. 비상계엄이 정당한 대통령의 통치 행위이고 국회 등 헌법기관을 장악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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