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위 문화 이끈다…" 탄핵집회 달군 '댄스 공연'

전주 객사 집회 등서 공연 펼친 멀티버스댄스스튜디오

이은지 대표 "우리 공연으로 투쟁 열기 뜨거워져 뿌듯"


"계엄사태 때 '우리의 자유를 빼앗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무대에 선 계기가 됐죠."


이은지 멀티버스댄스스튜디오 대표에게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해 12월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위치한 멀티버스스튜디오(이하 멀티버스)에서는 여느 때처럼 댄스 수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날 밤, 수강생들의 땀과 열기로 가득해야 할 스튜디오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걱정과 탄식도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비상계엄 발령 때문이었다.


그는 "수강생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국회에서 군인들과 대치하는 상황을 지켜봤다"며 "다행히 빨리 상황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우리의 모든 자유를 빼앗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불법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이 대표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평소 누리는 '자유'에 대한 소중함과 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현 시국에 대해 목소리도 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제안이 왔다. 전주 객사에서 열리는 탄핵 집회에서 댄스 공연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이 대표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수강생들과 함께 탄핵 촉구 메시지를 담은 댄스 공연을 준비했다.


이 씨는 "탄핵 집회에서 어떤 노래가 나오고 있는지 주시하던 중,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대부분의 노래가 학원에서 연습하던 곡들이라 흔쾌히 섭외를 수락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댄스팀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 집회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 섰던 이 대표는 물론이고 수강생들에게도 낯선 환경에서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공연은 흥겨웠고, 시민들은 환호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지난 11일 집회에서도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멀티버스댄스스튜디오 이은지 대표(맨 오른쪽)가 학원 수강생들과 함께 댄스 공연을 펼치고 있다.(본인 제공) 2025.1.19/뉴스1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멀티버스댄스스튜디오 이은지 대표(맨 오른쪽)가 학원 수강생들과 함께 댄스 공연을 펼치고 있다.(본인 제공) 2025.1.19/뉴스1

이 대표를 포함한 댄스팀은 '자랑스러운 경험'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는 "함께 연습해 오던 춤으로 현 시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수강생 모두가 자랑스러워했다"면서 "나중에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돼 두고두고 후대에 얘기할 거라고 말한 고등학생 수강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운 날씨에 몇 시간 동안 앉아계실 시민분들이 조금이라도 추위를 잊고 참여하실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였다"면서 "실제로 시민분들이 무대에 맞춰 함께 뛰고 노래해 주셔서 투쟁의 열기가 더 뜨거워졌던 것 같다. 멀티버스 구성원 모두 그 부분을 제일 뿌듯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버스의 공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달 8일 전주 객사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이들의 무대가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탄핵 집회 공연으로 불러만 주신다면 전국 어디든 가려고 노력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케이팝이라는 우리만의 문화와 방식을 통해 끝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사람들이 조속히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탄핵정국이 마무리돼 우리 사회가 안정과 행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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