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 너무 올라 금리 동결…계엄 영향이 70원 중 30원"
- 25-01-16
"환율 1470원대 유지시 올해 물가 전망보다 0.15%p 올라 2.05%"
"가급적 빠른 추경 필요…잠재성장률 보완하는 15조~20조 바람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과 관련해 "경기만 보면 인하가 당연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 등에)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 이후 내수 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고, 4분기 성장률이 0.2%를 밑돌 수도 있다"면서 "국내 정치 갈등이 자리를 잡으면 미국 등과 좀 더 독립적으로 통화정책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 모든 위원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면서도 "이번에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악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신(新)정부 정책 기대에 따른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며 "이에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경제 격차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그중 50원가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 20원이 정치적 이유"라며 "다만 국민연금의 달러 헤지 물량,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효과로 인한 하락 효과가 있어 계엄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기존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p) 올라 2.05%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결론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서 두 차례 금리를 내린 효과도 볼 겸, 숨 고르기 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결정 이유를 정리했다.
이날 금통위 의결은 신성환 위원의 인하 소수의견이 출현한 채로 이뤄졌다.
다만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전원(6명)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의 경우 '인하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만장일치로 확인됐다.
이 총재는 비상계엄 이후 내수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이 악화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소비와 내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앞선 전망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을 0.5%로 봤고, (계엄 여파로) 0.4% 정도 되면 작년 성장률이 2.1% 정도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최근 한은 내부에선 4분기 성장률이 0.4% 아닌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한은이 경기를 전혀 무시하고 동결을 결정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정부에 가급적 빠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소비 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어차피 (추경을) 할 것이라면 빨리하는 것이 좋다"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통화정책 외 경기 부양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 규모에 대해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떨어진 만큼 보완하는 정도로 필요할 것"이라며 15조~20조 원 정도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추경 방식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단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차별적 지원보다는 자영업자 등을 타깃해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가 아닌 '경제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국무총리 탄핵 이후 최 대행이 대행의 대행인데 또 탄핵당한다면 국가 신인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라면서 "경제를 안정화하려면 금리를 얼마 낮추는 것보다 이것이 더 근간이라고 봤기 때문에, 경제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회상했다.
전날(15일) 계엄 사태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이 집행된 데 대해선 "어제 사태를 계기로 다시 우리 경제 프로세스가 정상화돼서 과거와 같은 순서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이 총재는 또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문제는 합의를 보기 어렵더라도 경제 문제만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여·야·정 협의가 빨리 진행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정치와 경제를 투트랙으로 나눠 경제 정책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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