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체포 준비' 공수처는 '수사 준비'…尹측은 '본격 대응' 예고

尹, 선임계 제출…'수사 거부한다'→'수사 대비한다' 태세 전환

대규모 인력 투입 '체포 영장' 집행 임박한 만큼 尹대응 본격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번 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차 영장 집행은 사실상 경찰이 주도하는 만큼 공수처는 대통령 신병 확보 후 '수사'까지 대비해 법리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도 12일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며 '공수처 수사 거부'에서 '공수처 수사 대응'으로 태세 전환했다. 경찰의 대규로 인력이 투입되는 체포영장 2차 집행이 임박한 만큼 '더는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함께 구성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논의하며 2차 영장 집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영장 유효 기간은 설 연휴 전까지로 2주 가량 남은 상태다. 이번 주엔 영장을 집행해야 실패하더라도 후속 조처로 다음 주 영장을 다시 집행할 수 있다.


설 연휴 직전 영장 집행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그런 만큼 공수처와 경찰은 법원에서 두 번째로 발부받은 이번 체포 영장의 '1차 집행'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3일, 1차 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의 방어에 가로막혀 5시간 30여 분만에 허무하게 철수해 "영장 집행 및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2차 영장 집행의 공은 국수본으로 넘어간 상태다.


국수본은 10일 오후 2시 수도권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와 마약범죄수사대 지휘관 등 20여명을 불러 윤 대통령 주력 체포조와 관저 주변 경비 인력 배치 등 2차 영장 집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영장 집행에는 조폭(조직폭력배)과 살인범 같은 강력 범죄자를 잡았던 형사기동대 소속 베테랑 형사들까지 포함해 최대 1000명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수본은 '2박 3일의 장기전'으로 경호처 인력의 체력과 사기를 저하시킨 뒤 경호의 빈틈을 파고들어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경파'로 불리는 경호처 수뇌부와 달리 일선 경호처 인력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찰과 공수처가 발부 사흘 만에 집행했던 1차 체포 영장 때와 달리 2차 영장이 발부된 지 엿새가 지났으나 신중 모드로 경호처 내부 균열을 주시하는 배경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꼽히는 김상훈 경호처장 직무대행(차장) 등 수뇌부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해 구심점을 약화하는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경찰은 11일 밤 김 대행의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이 프로파간다(대중에게 사상·생각·이념을 전파하는 심리전)로 지지자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신병 확보 시 속전속결 수사로 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엄 건의 당사자로서 대통령과 함께 '내란 몸통'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공소장에 윤 대통령 혐의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 데다 계엄군 투입 당시 방송사 중계 영상 등 스모킹 건(핵심 증거)이 다수 확보돼 공수처는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신병만 확보하면 윤 대통령의 방어 논리를 무력화한 다음 검찰에 기소를 요청해 그를 재판에 넘기는 데 오래 걸리지 않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윤갑근 변호사 등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4인도 공수처에 선임계를 제출하고 본격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12일 선임계 제출 후 공수처 수사팀과 간단한 면담도 진행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대통령 수사는 불법이다'며 확고부동하게 유지했던 '공수처 수사 거부 입장'에서 '공수처 수사 대응'으로 전환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16일부터 이어진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한 데다 법원이 정식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의 당위성 자체를 부정하며 응하지 않았었다.


윤 대통령 측이 '대통령의 입장과 전언'을 발표하며 공수처의 수사 당위를 흔드는 여론전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8일 윤 대통령 측은 2차 체포 영장 재청구 및 재발부를 '제2의 내란'으로 규정한 데다 이튿날인 9일 외신 기자들을 모아놓고 대한민국의 상황을 '내전'으로 표현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전쟁 트라우마가 있는 노년층의 결집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일을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까를 검토하고 있다"며 "집행 계획은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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