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4분…메이데이 직후 블랙박스도 꺼트린 '중대 전기 결함'
- 25-01-12
[무안 제주항공 참사]명확한 원인 규명에 차질 예상
조사기간 늘 수도…사조위 "원인규명에 최선 다할 것"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충돌 직전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사고 직전 항공기 전원 셧다운(공급 중단)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중대한 전기적 결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조사 기간은 당초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에 사고 직전 4분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 59분 조류 충돌에 따른 기장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선언 직후 오전 9시 3분 로컬라이저 둔덕 충돌 직전까지의 기록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이례적이라면서도 사고 직전 항공기에 전기계통의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엔진이상이 발생해 전원 생성이 안 되면 자동 배터리 전원이 공급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배터리가 살아있어도 중간에 전류를 변환하는 변환기 등의 장치에서 문제가 있다면 블랙박스 기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엔진이 동시에 양쪽 모두 고장 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조류충돌 후 엔진과 발전기가 동시에 고장 나는 중대한 쇼크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사고 직전 관제사와 조종사 간 통신이 가능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전력은 배터리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모든 부분에서 셧다운이 발생한 건 아니고, 블랙박스와 연결된 전원공급 계통에서 전기가 나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최세종 한서대학교 항공정비학과 교수도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면 전원공급이 안 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블랙박스를 비롯해 랜딩기어와 플랩 등의 미작동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규명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사라짐에 따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기간도 예정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는 "블랙박스 데이터를 보고 상황별로 추정해 나가면서 분석을 진행하는 조사가 힘들어졌다"며 "이제는 떨어진 파편, 사람 인터뷰, 레이더, 관제탑 증언 등으로 원인을 추적해야 해서 조사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확실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사고 원인에서도 명확한 원인보다는 추정 원인이 지목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원인 조사가 길게는 3~4년 가는 것도 있고, 콜드케이스(미제사건)로 원인 없이 결과만 빨리 나온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도 "블랙박스를 통한 사고원인 복기가 힘들어져 다른 자료를 더 활용하게 돼 조사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며 "명확하게 나와야 할 부분이 그렇지 않게 나올 수도 있어 추정원인의 등장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조위는 현재 블랙박스 저장 중단 원인을 파악 중이다. 사조위 관계자는 "CVR·FDR 자료는 사고조사에 중요한 자료지만 사고 조사는 다양한 자료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진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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