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고받은 유증 철회…최윤범 "이사회의장 사퇴"
- 24-11-13
이사회 열어 의결…崔, 기자회견 열고 "주주 마음 충분히 못 헤아려" 사과
"소액주주가 이사 추천 등 주주친화정책 제시…"고려아연 긍휼히 여겨달라" 호소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방침을 철회한 데 이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와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제시했다. 유상증자 추진 논란으로 멀어진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세워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의 지분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주재해 유상증자 철회를 의결한 데 이어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회 배경과 향후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MBK·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은 지난달 4~23일 조 단위 차입금을 끌어와 소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30일에는 2조 50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18% 규모에 해당하는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제출한 신고서에서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던 것을 두고 금융감독원이 허위 기재 의혹이 있다며 지난 6일 정정신고를 요구함에 따라 유상증자 공시가 효력을 잃었고 결국 이날 자진 철회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이날 회견을 통해 "다양하고 독립적인 주주 기반을 강화하고자 도모했던 일이었지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선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며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MBK·영풍을 비롯한 일각에서 '최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사회를 전용한다'는 비판이 이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논란까지 겹치자 자세를 최대한 낮춘 것이다.
주주친화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공개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으로 반영하도록 추진하겠다"며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을 이사회 구성 및 주요 경영 판단에 반영할 수 있는 '소수주주 다수결제'(MOM)를 통해 소액주주의 의사를 반영해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에게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을 추진하고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과 함께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MBK·영풍과의 표 차이를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등 중립 세력의 지지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공개매수와 추가 장내매수를 통해 MBK·영풍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39.83%다. 반면 우호세력을 더한 최 회장 측의 지분은 35.4% 정도로 추산된다.
우군으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의 이탈이 확인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낮아지고 양측의 격차는 5%p 이상으로 더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최 회장은 "추측성 기사에 대해선 사실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60일간 힘든 싸움을 하는 고려아연을 긍휼히 여겨달라"며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없는 고려아연과 대한민국 산업의 영혼을 위해, 모든 주주와 국민께서 고려아연을 지켜주시고 함께 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이 내건 주주친화정책들은 대개 정관 변경 사항으로 MBK·영풍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예측하기엔 다른 것들은 몰라도 제가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회장으로서만 고려아연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MBK와 영풍도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지분 확보를 위한 기 보유 자사주 활용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상황에서 1.4% 자사주를 어떤 식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전혀 결정한 게 없다. 10월 30일 이사회에선 전혀 1.4% 자사주 처분 건이 의논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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