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뜨자 "대통령" "구속하라" 북새통…'윤석열 파일' 송영길과도 악수

'우당 기념관 개관식' 참석, 유세장 방불…오세훈에 "말씀 많이 들어" 반갑게 인사

尹 "오늘은 행보 밝히기 부적절…지켜보시라" 입당 질문에 묵묵부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랜 잠행을 깨고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 투신에 관한 공개 메시지를 냈다.

평소 존경해 왔다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 기념관 개관식을 무대로 삼았는데, 일정이 미리 알려지면서 인파가 몰려 윤 전 총장의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참석자들의 이목은 온통 윤 전 총장에게 쏠렸고, 지지자와 유튜버 등이 몰려들어 혼란이 빚어졌다. 현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구속' 구호가 엇갈렸다. 윤 전 총장은 준비한 듯한 간단한 메시지 외에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자락의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3월 검찰을 떠난 이후 지난 4월2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것을 제외하면 첫 공개 일정이었다. 

최근 그의 정치선언과 국민의힘 입당이 머잖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날 행사장에는 취재진을 포함해 수십명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는 오후 2시 시작이었지만 그가 행사장에 도착한 오후 1시40분쯤부터 지지자와 유튜버 등이 행사장 주변을 둘러쌌다. 

내빈들을 비롯해 개관식에 초청받은 참석자들은 윤 전 총장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거나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며 반갑게 그를 맞았다. 짙은 감색 정장·흰색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을 한 윤 전 총장은 '전 검찰총장 윤석열'이라고 적힌 명패를 차고 차분하게 인사와 사진 요청에 응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해 여러 내빈들이 참석했는데, 사회자가 윤 전 총장을 소개하자 가장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행사장 주변을 채운 지지자들이 "윤석열 최고다", "화이팅" 등을 크게 외쳤다.

최근 '윤석열 파일'을 언급해 윤 전 총장 측을 불편하게 했던 송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참석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오 시장은 환영사에서 "서울시 행사를 여러 번 치렀지만 이렇게 취재 열기가 뜨거운 적은 처음"이라며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오셔서 (남산) 예장 자락과 우당 선생님 기념관을 서울시민 전체가 한꺼번에 알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 윤 전 총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두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며 화답했다.

이회영 선생 후손 대표로 참석한 이종찬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도 "특별히 시간을 내서 참석해준 윤 전 총장께 감사드린다. 어려운 걸음을 해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행사가 끝난 후 윤 전 총장은 기념관으로 이동해 이회영 선생과 관련된 유류품 등 전시품을 둘러봤다. 행사장에서 기념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상반된 정치성향의 유튜버들이 몰려들면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큰 혼란도 연출됐다. 윤 전 총장도 인파 속에서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보수 유튜버들은 "윤 전 총장 경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최측에 항의하면서 "대통령을 경호하듯이 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기도 했다. 여권 성향으로 보이는 유튜버들은 "벌써 대통령이라니 세상이 말세"라고 비판하거나 윤 전 총장의 부인 이야기를 꺼냈다.

기념관을 둘러보던 윤 전 총장은 오 시장에게 "인사드린다. 말씀 많이 들었다"며 반갑게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기념관 관람을 마친 그가 검은색 쏘렌토 차량을 타고 떠날 때까지도 혼란은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말없이 차에 올라탔고,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차량 주변을 에워싸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실상 행사의 주인공이 됐지만 그에게서 나온 이렇다 할 메시지는 없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일정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목이 쏠릴 것이 사전에 예상됐지만 그는 준비된 말 이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행사 시작 전 가장 큰 관심사인 국민의힘 입당에 관해 묻는 질문에 "오늘은 우당 선생 기념관 개관식이다.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이 망국의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우당 선생 기념관 개관이 아주 뜻깊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준비한 대답을 내놨다.

기자들이 재차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묻자 "거기에 대해선 아직"이라며 "오늘 처음으로 제가 이렇게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다 아시게 되지 않겠나"라고 답을 피했다. 대권 도전에 대해서도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를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짧게 답했다.

이밖에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준 것이 없다고 말한 입장이 그대로인지', '사실상 대권 행보라고 봐도 되는지', '간을 보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들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기념관을 둘러보는 도중에도 재차 정치 행보에 관한 입장을 묻자 "오늘은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날이지 않느냐"며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고 지켜보시라고 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맨 오른쪽)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회영의 후손인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맨 왼쪽)의 안내로 봉오동· 청산리전투때 사용된 옛 체코군단의 소총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두번째는 오세훈 서울시장.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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