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실기론' 낱낱이 반박한 한은 총재…"1년 두고 봅시다"

李, 실기론에 작심발언…"가계부채 10조원 증가도 예측했나"
여전히 '금융안정' 방점…연내 추가인하 사실상 일축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며 통화 긴축을 종료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실기론'을 일축하며 "1년 정도 시간이 지나서 평가해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실기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실기론 관련 질문이 나오자 "실기 얘기가 나와서 제가 약간 민감한데, 좀 길게 제가 말씀드려도 괜찮다고 하면"이라고 양해를 구하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지난 8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는 등 정부·여당에서 실기론이 제기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 부진 장기화의 가장 큰 이유를 고금리로 꼽으며 꾸준하게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반면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폭과 집값 상승 가능성을 이유로 금리동결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며 실기론을 반박했다.

이 총재도 실기론에 대해 "저희가 실기를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것은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 시점인지, 아니면 금융안정도 한꺼번에 고려하면서 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러한 판단이 옳았었는지는 지금 당장은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고,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우리의 경기 상황과 그리고 금융안정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그것을 보고 평가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8월에도 저희 내부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당시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연율 20% 급등하기 시작하며 부동산 가격이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올라갈 위험이 보였다"며 "사전적으로 조치를 하고 금리 인하가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얘기를 해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월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기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분이나 기관이 있으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10조 원 가까이 늘어났는데, 예상한 것인지 오히려 그분들한테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 고물가가 초래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2년간의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과정은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 목표 2%를 달성했으며,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라든지 외환시장 불안 문제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며 "PF 부실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내수 부진이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기론을 반박한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 결정을 '매파적 인하'로 평가하며 여전히 금융안정에 방점을 뒀다.

그는 "(금통위가) 인하를 하지만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한 정도로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매파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1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묻자, 이 총재는 "금통위원 5명이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사실상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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