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천안시장의 '악명' 높은 천안 시내버스 체험기

승객들 배차간격 단축·노선 개선 등 주문 쏟아내

전철 환승제, 간선·지선 체계 도입 약속

 

"아까 한마디 들었어요, 허허…."

지난 7일 오후 2시 30분께 병천행 시내버스 400번에 오른 박상돈 시장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버스에 탄 시장을 알아본 한 여대생이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불편하다고 하자 보인 반응이었다. 박 시장은 앞서 만난 남학생으로부터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 학생은 처음 마주한 시장에게 반갑게 인사하고는 그동안 버스를 이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유연하고 유쾌하게 털어놨다.

그는 "성환에서 아산까지 가는데 버스를 세번 갈아타요. 배차 간격도 길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10분 만이라도 줄였으면 좋겠어요. 교통비도 만만치 않아 전철과 환승 제도 도입이 시급해요. 자차가 있으신 분들은 불편을 모를 거예요. 학생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 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박 시장은 "공무원이 되면 일을 잘하겠다"라고 웃으며 칭찬한 뒤 "시내버스 문제는 반드시 개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날 천안아산역에서 출발하는 13번 버스를 타고 남부오거리까지 이동해 400번 버스로 환승하며 악명높은 천안시 시내버스를 체험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7일 시내버스 개선을 위해 직접 시내버스를 타고 문제점을 점검했다.(천안시청 제공)© 뉴스1


천안 시내버스는 그동안 긴 배차간격과 구불구불한 노선, 버스 노후화, 버스 기사의 불친절과 난폭운전 등 시내버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천안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기사 교육과 제도 개선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며 꾸준히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을 직접 느껴보기로 하고 이날 버스에 올랐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행 비서와 촬영팀 외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동행한 이들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버스에 앉아 있는 시장을 알아보는 사람은 대개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럼없이 시장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13번 버스에서 만난 남학생은 시장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는 앉아도 되느냐 물은 뒤 이야기를 이끌었다. 남학생은 "모든 기사님들은 아니지만 소수는 여전히 난폭 운전을 해 위험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는 7~8분 기다리면 버스가 오는데 천안에서는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라며 버스를 추가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시민 불편을 걱정해 먼저 말 건네기를 주저하던 박 시장도 청년들이 먼저 다가오자 이야기를 경청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박 시장은 "수도권 전철과 천안 시내버스 환승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고 버스 노선을 간선과 지선으로 구분해 대기 및 이동 시간을 단축하려 한다"라며 "이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하나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만난 시민들은 버스 문제를 넘어 재난 지원금의 선별 지급 적합성, 출산 장려 정책의 미흡성 등 그동안 갖고 있던 의견을 자유롭게 꺼내 이야기를 나눴다.

의견을 청취하려는 태도에 시민들도 호응을 보냈다. 대화를 지켜보던 심지호씨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며 "자주 시민들과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낮 시간 때문이었는지 시장이 버스에 타서인지 알 수 없지만 이날 버스의 위험한 운전은 경험할 수 없었다.

목적지인 독립기념관에 내린 박 시장은 "오랜만에 버스를 타봤지만 난폭하다거나 위험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라면서도 "대중교통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관대하지 않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들려준 이야기를 소중하게 간직해 버스문제에 대해서는 개선 전과 후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도록 반드시 고쳐나가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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