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용산서장 유죄·구청장 무죄…운명 갈린 이유 두 가지

법원 "경찰 '공공안녕·질서 유지 의무' 있어"

"재난관리법령상 압사 사고 재난으로 명시 안돼…구청장 무죄"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한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1심 결과가 엇갈리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서장은 유죄, 박 구청장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예측 가능성과 책임 유무 두 가지로 요약된다. 경찰은 '공공안녕·질서 유지 의무'가 있고 사고 발생 가능성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봤다. 반면 재난안전관리법령에 '다중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재난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용산구청 관계자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공공안녕·질서 유지 의무 있는 '경찰'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먼저 이 전 서장과 용산서 관계자들이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임무가 있는" 경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경찰관에게는 축제에서 혼잡상황에 대비한 치안유지라는 임무가 있기 때문에 참사의 결과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일정 공간에 군중의 밀집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런 기준에 비춰본다면 이 전 서장을 비롯한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이 △언론보도 △경찰 정보 보고 △과거 핼러윈데이 치안 대책 △사고 전날 인파 유입 상황 △이태원 일대 지리적 특성 등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2022년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수많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피고인들로서는 안전사고로부터 피해자들의 생명 신체를 보호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사고 상황에 대비해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 모두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재난안전법령에 '다중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재난 유형으로 분류 안 돼


반면 법원은 박 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들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그 이유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재난의 유형으로 분류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의 상위 수립 지침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2022년 안전 계획 수립 지침에도 압사 사고가 포함돼 있지 않고 재난안전법령에 시군구 안전관리계획의 수정 및 변경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특히 재난안전법령에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었다는 것도 박 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들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박 구청장이 유관기관과 경찰·소방 등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법원은 다르게 해석했다.


법원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유관기관에 재난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나 관련 법령상 유관기관에 대한 협조가 의무 조항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청이 용산서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 법원은 "용산서가 이미 경찰관기동대를 지원받아 200명 이상을 현장 배치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상황이므로 용산구에서 협조 요청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현저히 위법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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