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수 없어" 韓 '정년연장 찬성' 서구권 3배…조기퇴직 의향 최하
- 24-09-23
찬성 41.2%, 반대 22.7%…동의비율 OECD 10개국 중 최고
고령·고소득일수록 동의 높아…"고령화 경제에 부정적" 76%
우리나라가 해외 주요 국가들보다 '정년 연장'에 대한 동의 의견이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고소득일수록 동의율이 높았다.
고령화가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에 관한 인식도 가장 높았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해외 4개 기관과 협력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10개국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과 독일·덴마크·미국·스웨덴·영국·이탈리아·폴란드·핀란드·노르웨이에서 각각 성인 남녀 1500~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는 정년 연장·고령화·연금·청년 일자리 등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한국의 정년 연장 동의율(약간 동의+매우 동의)은 41.2%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거의 동의하지 않음+별로 동의하지 않음)은 22.7%로 조사됐다. 보통과 잘모르겠음은 각각 30.7%, 5.5%로 집계됐다.
찬성 비율은 조사 대상인 10개국 중에 가장 높았고, 반대 비율은 가장 낮았다. 10개국의 평균 동의 비율은 14.8%로 우리나라의 동의 의견 비율이 2.8배 높았다. 반대 의견 비율은 10개국 평균(59%)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한국 다음으로 찬성 비율이 높은 미국에서는 17.8%만이 찬성했다. 찬성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덴마크로 7%만 찬성했다.
특히 연령과 소득이 높을수록 퇴직 연령 상향에 대한 동의율이 상승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8~34세 응답자 중 36.1%가 퇴직 연령 상향에 동의했다. 55세 이상에서는 47.2%가 동의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동의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35~54세 연령대에서는 38.9%가 퇴직 연령 상향에 찬성했다.
소득별로는 연소득 2500만 원 미만에서 38.6%가 퇴직 연령 상향에 동의했다. 반면 연소득 6000만 원 이상에서는 45.4%가 동의해 소득이 높을수록 퇴직 연령 상향에 대한 동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퇴직연령 상향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제외할 경우' 동의율은 50.8%,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을 제외할 경우'에는 43.8%로 각각 증가했다.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감소 간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서 39.9%로, 10개국 평균인 44.9%보다 낮았다.
반면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서 76.1%로 조사됐다. 10개국 중에 가장 높았으며, 평균(44.8%)보다도 높았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정책 대응으로 '공적연금의 급여 축소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은 결과, 한국은 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금 수급액을 '현재 가입자만 삭감'하는 방안에 대한 10개국 평균 동의율은 21.3%였으나, 한국에서는 24.7%로 나타났다. 가입자와 수급자 모두 삭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10개국 평균 동의율은 15.1%였지만, 한국은 28.6%였다.
다만 보사연은 "한국에서 수급자까지 대상 범위를 넓혀 급여를 삭감하는 것에 대한 동의 수준이 높게 나타난 것은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며 "재정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이미 두 차례 실시된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서 후세대의 급여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결과에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수의 국가에서 고령 노동 활성화를 위해 수급 개시 연령 도달 전 노령연금을 수급시 연금 급여액을 감액하고 있는데, 이같은 페널티를 도입할 경우 조기퇴직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1.7%였다. 10개국 평균(49.4%)보다 7.7%p 낮았으며, 조사국가 중 최저였다.
반대로 조기 퇴직 의향은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에서는 44.8%의 응답자가 조기 퇴직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10개국 평균(25%)보다 20%p 가량 높았다.
보사연은 "한국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우려와 부담을 보여 주는데,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된 인구구조 변화와 저성장에 대한 불안, 그리고 국민연금 재정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이 연금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고령 노동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고령화 문제는 단순히 인구구조 변화라는 사회 현상에 대한 단편적,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연금제도와 고령 노동시장 간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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