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징계하랬더니 달랑 시말서…심지어 '셀프징계'

노동청 '괴롭힘' 사실 판단 징계요구에 수목원관리원 측 황당 대응

감사실 의견 무시, 가해자 부서가 직접 징계처분…"조직적 은폐 의혹"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관리원이 '직장 내 갑질' 사건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시말서 한 장 받는 수준에서 종결해 논란이다.


피해자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번번이 모르쇠로 일관하다 대전고용노동청에서 민원접수 후 직권조사를 벌여 징계를 요구하자 내놓은 처분이 고작 시말서다.

'솜방망이' 징계도 문제지만, 이런 처분을 결정한 곳은 징계 수위 등 양정을 결정하는 감사실이 아닌 타 부서였다는 점이다. 내부 업무 처리 시스템을 뭉개버린 것으로, 심지어 월권을 한 해당 부서는 가해자 중 한 명이 부서장으로 있는 곳이다.

7일 한국수목원관리원과 대전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노동청은 지난 1월 수목원관리원 A 팀장이 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접수했다.

이후 가해자와의 면담, 수목원관리원 감사실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부당한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론냈다.

노동청 조사 결과 B 실장 등 가해자 2명은 피해자인 A 씨가 '카이스트 겸직교수 등 비인정 경력 5년치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자 제3자에게 A 씨의 예전 경력 등을 퍼뜨리고 다녔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섞어 A 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노동청은 수목원관리원 측에 B실장 등 가해자 2명에 대한 적절한 징계 조치를 통보했고, 지난달 14일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황당한 상황은 여기서부터다.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 News1 DB

수목원관리원 내 직원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는 업무는 감사실 소관이다. 내부 직원과 관련한 각종 비위‧복무규정 위반 등의 의혹 사건이 있으면 감사실에서 사실 조사를 거쳐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면 징계위원회를 거쳐 처분을 확정한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이 과정이 생략됐다.

감사실은 이른바 '패싱'됐고, 다른 부서에서 월권을 휘둘렀다. 가해자 중 한 명인 B씨가 부서장으로 있는 곳이다.

B 씨는 업무 권한도 아닌 징계 처분 통지서를 작성하면서 결재권자인 이사장에게는 "노동청에서 시말서 정도로 처분하면 되겠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허위보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피해자의 문제 제기에 지난해 7월부터 관련 건을 조사해 온 감사실은 줄곧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번번이 묵살됐고, 올 초 피해자인 A 팀장이 노동청과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접수한 뒤 문제가 불거지자 별수없이 내부 인사위원회를 열었지만 역시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인 B 실장은 인사위 위원으로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위는 '해당 건은 회의 안건이 아니다'라는 각 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 조직의 수장인 이사장 등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조직적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부터 피해자 측의 줄기찬 문제 제기와 노동청의 징계 처분 요구 등에도 오히려 가해자 측의 입장을 옹호하고,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다.

실제 노동청에서 요구한 징계 처분 회신 통보문을 전혀 업무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작성해 올렸음에도 기관장 결재가 이뤄졌다는 점이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수목원관리원 감사실 관계자는 "이번 건은 자체 감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과 사무처장이 가해자인 B 실장을 감싸고, 감사실을 배제한 뒤 가해자의 부서에서 처리토록 한 '셀프 조치'였다"고 했다.

이와 관련 감사실은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내부 부패와 관련, 공익제보까지 한 상태다.

수목원관리원은 기관 명의의 설명 자료를 내 "이 건은 A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기관은 경력인정을 위해 추가 입증서류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증빙서류도 제출하지 않았고 심지어 경력확인을 위한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이른바 '셀프징계' 논란에 대해서는 "노동청이 회신 기한까지 제출하도록 한 데 따라 기관장이 조치하고, 그 결과를 송부했다"며 "노동청도 조치 결과를 수용해 해당 사건을 종결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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