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휴가 대신 개인 연차 쓰라네요"…한숨 쉬는 중기 직장인

대·중견기업 유급휴가 도입…'그림의 떡' 중기·자영업자

"50인 미만 기업들에 정부 지원 필요"…정치권도 논의

 

 "백신 접종 휴가를 개인 연차로 쓰라는데 다들 어떻게 하시나요? 어지간한 대기업들은 그냥 유급휴가 주는 것 같던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휴가를 기업들에 권고하자 대기업은 빠르게 수용해 도입에 나섰다.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사정은 다르다. 인력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직원 한 사람의 공백이 하루만 생겨도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나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인들은 "직원들이 백신 휴가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6일 정부의 백신 휴가 활성화 방안을 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의사 소견서 없이도 휴가를 쓸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10~12시간 이내 반응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접종 다음날 하루 휴가가 보장되는 셈이다. 이상 반응이 확인되면 휴가를 하루 더 사용할 수 있다. 

삼성·LG·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들은 2일에서 최대 4일까지 부여하는 백신 유급휴가제를 도입한 상태다. 코웨이 등 중견기업들도 2일씩 유급휴가를 보장했다.

3040 예비군·민방위 대원 등을 대상으로 얀센 백신 접종이 오는 10일부터 진행되고 젊은층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잔여백신 예약에 속속 나서자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정부 방안이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쳐 강제력이 없는 만큼 사실상 사업자 재량에 따라 백신 휴가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인력·자금난으로 백신 휴가제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백신 휴가제가 있더라도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쓸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조모씨(32)는 "나는 차치하더라도 직원들이 백신 휴가를 달라고 하면 당장 대응할 방법을 모르겠다"며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더 고생을 해야하는데, 돈으로 보상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원인 이씨(35)는 "여기서는 다들 개인 연차를 써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기업에서는 며칠 쉬려고 백신 맞아야겠다는 농담도 나온다던데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백신 휴가제 도입 유무를 묻는 설문 글이 다수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개인 필요에 의한 접종이라면서 (중소기업인) 회사에서 휴가를 안 준다고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이 같은 양극화가 나타난 것은 처음 있는 현상이 아니다. 대유행 고비를 수 차례 맞았던 지난해 대기업은 재택근무로 빠르게 전환한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재택근무에 부담을 느껴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 한 사람당 업무량이 많은 데다 자금 문제까지 겹쳐 유급 휴가를 주기 쉽지 않다"며 "50인 미만 기업들이라도 정부가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수용해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백신 접종사의 유급휴가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감염병예방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중 일부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전체 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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