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회사' 게임회사 개발자들의 숙명?…대기발령 '리부트팀' 대안 없나

프로젝트 중단→리부트팀… 못벗어나면 권고사직 수순

고용불안 노사 입장 '평행선'…뚜렷한 대안 실종

 

최근 게임사들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복지 정책으로 '게임 개발자'의 사회적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동시에 게임사들이 대규모 공채를 열고 인재영입을 시작하면서 게임사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국내 대형게임사 넥슨이 직원 16인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게임업계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고용불안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직장인에게 대기발령은 사실상 '권고사직'과 다름없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게임사의 고용불안 원인은 다른 업계에선 볼 수 없는 '리부트' 제도에 있다.

◇ 게임 개발자 애태우는 '리부트' 팀은 무엇?

게임사는 게임을 개발할 때마다 프로젝트별로 직원들을 투입한다. 이후 프로젝트가 종료 또는 중단되면 '리부트'팀(reboot)으로 이동하게 된다. 리부트팀은 소속 조직이 없는 구성원이 가는 일종의 '대기발령실'이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선 다시 '면접'을 봐야 한다.

한 게임업계 종사자는 "팀프로젝트가 중단돼서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없게 되면 다른 팀으로 전환배치 면접을 봐야 되고, 만약 면접에서 떨어지면 직무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정규직인데 면접을 계속 봐야하고 새로운 팀에 소속 되지 못하면 대기발령 상태로 갔다가 그 상황이 지속되면 권고사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게임 부문 종사자 평균 근속 기간은 3.5년으로 일반 기업 평균 근속 기간 11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개발자 스스로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환배치·권고사직 등 고용불안이 근속 기간을 줄이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PC→모바일게임… 프로젝트 '지속성' 약화

더 심각한 문제는 게임사의 프로젝트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 PC게임이 주력인 시기에는 수년 간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한번 취직하면 비교적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다만 게임사의 주력 사업이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이동된 이후에는 프로젝트의 지속성이 크게 약화됐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소규모 개발팀을 중심으로 단시간 내에 기획 및 아이디어를 수립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성패를 평가하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 형태로 운영된는 게 일반적이다. 즉, 앞으로 게임사의 고용불안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개발 프로젝트가 종료되도 새 프로젝트에 투입을 확신하는 직원은 '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생산자의 노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끝나면 새로운 조직을 찾을 수 있다고 응답한 종사자는 50.9%였다. 

반면 34%는 전환배치 또는 대기발령을 받을 것 같다고 응답했고, 10.3%는 권고사직을 받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4.8%는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를 당할 것이라 예상했다. 

◇ 리부트 조직 대안 없을까?

물론 최근 게임업계에도 '노동조합'이 생겨나면서 이와 같은 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문제 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2018년 넥슨을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등이 노조를 설립하고 사측에 고용불안 해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된 후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면 '알아서 나가야하는' 관행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게임사는 리부트팀 제도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한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게임별로 장르 및 적용되는 기술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인력으로 프로젝트가 소집되고 해체되는 건 불가피하다"며 "또 실력있는 사람만 다시 다른 프로젝트에 스카우트되는 것도 게임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200~300명씩 내보내거나,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일도 빈번했는데 최근엔 리부트 조직에 가더라도 급여를 보장해주고, 자기 개발비를 주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게임사 입장에선 최대한 직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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