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범죄, 더 이상 '방치' 안 돼…"투명성 갖춰야"

전문가들 "제도 아닌 사람 문제…외부 시각의 점검 필요"

 

군에서 또 다시 성범죄로 여성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군 안팎에선 군내 성범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내 성범죄가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는 그간에도 몇 차례 있었다. 2013년엔 육군, 2017년엔 해군, 그리고 지난달 22일엔 공군에서 이 같은 일이 터졌다.

국방부는 그때마다 대책을 내놓고 성범죄 예방 관련 지침을 하나둘 추가해왔다. 그럼에도 군은 결과적으로 성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군인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군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하나같이 "기존에 마련해 놓은 제도라도 잘 운용했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대답을 내놨다. 군에 적절한 규정·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성범죄가 재발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전문가들 진단처럼 국방부는 잇단 성범죄를 막기 위해 성 고충 전문 상담관을 계속 확충하고 있으며, '가해·피해자 분리 원칙' 등 매뉴얼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침이 추가되다 보니 오히려 이젠 너무 많아진 상태"라며 "이런 지침이 현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 팀장은 "결국 제도 문제가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 문제"라며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을 '유난스럽다'고 보는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국방부 앞의 '국방헬프콜' 광고판. 2021.6.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문가들은 또 외부에 보이는 군내 성범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기밀을 이유로 감춰져 있는 내부 성범죄 자료를 공개해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의 김형남 사무국장은 "군은 인권 관련 사안을 '작전'처럼 생각해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턴 손놔버린다"며 "사건이 터졌을 땐 외부 전문가를 불러 신경을 쓰다가도 잠잠해지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큰 사건이 터졌을 때만 외부 전문가와 소통할 게 아니라 외부의 시각으로 군내 성범죄를 제대로, 싹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이달 3일 설치한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군내 성범죄 수사와 관련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출신 민간 전문가들로만 구성된다. 이들은 이번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비롯해 향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군 검찰 수사에 자문하고 수사의 적정성 등을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YTN라디오 '황출새'에 출연, 이번 심의위 설치를 두고 "군내 사건에 대해 군 시각이 아니라 외부 민간의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를 (군이) 최초로 하고 있다"며 "(공군 부사관 사건 외) 다른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민간의 시각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성묵 예비역 육군 준장도 군내 성범죄 근절을 위해선 "군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성교육과 함께 윤리, 책임, 인성 등이 우선 구비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수사에서 투명성과 엄정성 등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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