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원 제출 자료에 "의사 평균연봉 3억"…의료계 "어이없다"

의료계 "의사 연봉이 너무 높아서 증원?…너무 무모해“


정부가 의대증원 관련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사 평균 연봉 3억 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내놓은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가 '의사들의 높은 연봉'이냐"며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제출한 자료 49건 중 '전체 증원 규모 결정 관련 자료'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의사 증원 필요 시급성에 대한 그 밖의 객관적 사실'에 대한 근거로 '의사인력 임금 추이'가 담겼다.


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요양기관 근무 의사 인력 9만 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 155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서 말하는 요양기관엔 '환자를 진료하거나 환자에게 투약하는 기관'으로 동네 병·의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 보건소 등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다만 현재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연봉은 제외됐다.


연봉 증감률을 살펴보면 2016년 2억 819만원→2017년 2억 1839만원→2018년 2억 3445만원→2019년 2억 5254만원→2020년 2억 4635만원→2021년 2억 7310만원으로 연 평균 약 6.4% 증가율을 보였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평균임금이 약 45% 증가한 것이다.


자료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 △보건진료원·보건소 등 요양기관 종별 임금 현황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병원으로 2022년 기준 평균 약 3억 9400만원을 받았다. 그 뒤는 의원(3억 4538만원), 종합병원(2억 4963만원), 요양병원(2억 760만원)으로 이었다.


빅5 병원처럼 중증·응급 환자를 다루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평균임금은 2억 125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보건진료원과 보건소는 1억 6602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동네 의원 중 가장 평균임금이 높은 진료과목은 안과로 평균 6억 1521만원을 기록했다. 백내장, 시력교정 수술 등 비급여 진료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뒤는 정형외과(4억 7113만원), 이비인후과(4억 1317만원), 마취통증의학과(3억 9113만원), 내과(3억 6756만원) 순으로 연봉이 높았다.


의대생들에게 인기과로 알려진 피부과는 3억 2177만원, 성형외과는 3억 871만원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의사 수급의 부족으로 의사들의 임금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평균 연봉은 3억원이다. 현장의 의사는 너무 많은 환자를 진찰하다 보니 '3분 진료'가 관행이 되었고 의사들은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더는 늦출 수 없기에 내린 정책적 결단으로 2000명은 최소한의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에 의료계는 "의사 평균 임금이 높으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정부가 낸 그런 자료를 증원에 대한 근거라고 제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결국은 의사들의 연봉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너무나 어이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의대 교수는 "연봉이 높은 진료과를 보면 모두 비급여로 재미 본 곳들이고 필수의료과와 중증환자를 다루는 상급종합병원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은 걸 알 수 있다"며 "비과학적인 증원으로 쑥대밭을 만들면서 필수의료과와 상급종합병원만 더 죽여버린 꼴이 됐다. 정부가 자료를 통해 이번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정부는 결국 정원을 늘려 마구잡이로 의사를 양산해 연봉이 떨어트리는 게 목적이었던 것이냐"며 "왜 병원마다, 진료과목마다 임금 격차가 큰지 통계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펴야 했다. 정부의 정책은 너무 무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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