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악성 민원…"스승의날 차라리 쉬어서 다행"

"악성 민원 여전…존중 사라진 스승의 날 불편해"

10명 중 2명만 '다시 태어나도 교사'


"악성 민원은 여전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학생이 반에 들어올지, 어떤 민원이 들어올지 두려움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요."


"스승의 날을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선생님들이 다수예요. 이번에는 차라리 휴일이어서 다행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만난 교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교육 현장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탓이다. 악성 민원은 여전하고, 보육과 교육의 경계선에서 교권 침해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스승의 날'에 존중은 사라지고 불편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교사인 이 모 씨(30·여)는 "서이초 사건 이후 며칠간은 학부모들로부터 직접 위로의 말을 들었지만 민원은 사실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스승의 날은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가 무안한 상황으로 학생들에겐 감사와 존중을 강요하는 날로, 교사들에겐 부담스러운 날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김포 소재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 모 씨(32·남)는 긍정적 변화는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다고 짚었다. 이 씨는 "학부모들은 민원을 조심하는 분위기이고,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가 겪는 일상적 어려움에 공감하고 고마움을 더 많이 표현해 주시는 분이 있지만, 교권 문제와 관련해 본질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권 문제는 대다수 교사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답이 10명 중 2명꼴인 19.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부터 진행된 설문조사 중 역대 최저 수치다.


서이초 사건 이후 현장 변화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교직 사회에서는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법(교원지원법)이 통과돼 학교 민원 대응팀이 따로 구성되고,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분리 조치하는 등 학칙이 개정되고 있다"면서도 "실태 조사를 했을 때 실질적으로 정책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 별도 인력과 재정이 지원돼야 하지만 시도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각각 상황이 다르고, 법률적으로 강제성이 없어 현장 변화가 미미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교원지위법에는 강제적 조항보단 "노력해야 한다", "할 수 있다" 등의 모호한 조항이 많다.


이 대변인은 "몇 년 전부터 스승의 날도 선생님이 존중받거나 기념할 만한 기념일로 기억되지 않고 있다"며 "교사 스스로 자기를 검열하게 되는 날로 인식되고 있고, 지금의 스승의 날은 의미가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꽃 한송이 못 갖고 오게 할 정도로 스승의 날이 조심스러워진 지는 오래됐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냥 하루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며 "스승으로 대우까지 하진 않더라도 교사를 인격적으로 대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민원 문제에 대해선 "원래도 극소수 학부모들이 문제였는데 악성 민원을 보내는 분들은 여전하다"면서도 "교사들이 직접 민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현장의 변화는 이뤄지고 있고, 과거에는 민원을 스스로 처리하지 않으면 무능한 교사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관리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