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5월 가정의달…물가는 천정부지, 임금체불은 사상 최고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 부모님 용돈 줄이고, 연휴 나들이 계획 포기

5월 직장인 예상 평균 경비는 80만 원…고물가에 씀씀이 줄이기


# 직장인 박성민 씨(44)는 매년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에게 드려온 용돈을 올해는 줄이기로 했다. 해마다 양가에 30만 원씩을 용돈으로 드렸는데, 올해는 금액을 20만 원으로 낮췄다. 또 각종 기념일이 많은 5월이면 연휴를 이용해 가족들과 국내 여행이라도 다녀왔지만, 올해는 이런 계획마저 포기했다. 매번 여건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 같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박 씨는 "네 식구가 저녁에 삼겹살을 한번 먹으러 가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가정의달이라고 월급이 더 들어오고, 고정지출 부담이 비껴가는 건 아니지 않나. 어쨌든 뻔한 수입에서 지출 부담만 늘어나는 데, 요즘은 물가도 너무 올라 언강생심 나들이는 꿈도 못 꿀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5월은 서민 가계에 더 잔인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씨의 사례처럼 고물가 속 각종 가정의달 기념일을 견뎌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족여행을 함께할 여유조차 누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 됐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제때 나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올 1분기 임금체불액만도 57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급증했다.


4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지난 2~3월 연속 3.1%를 기록, 3%대 머물던 것에서 다소 둔화한 흐름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흐름일 뿐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으로 체감 물가와는 큰 괴리를 보인다.


실제 상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0.6% 올랐다.


축산물(0.3%)과 수산물(0.4%)은 다소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20.3%나 뛰었다. 농산물 가격은 3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0.5%의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 속에 석유류 가격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0.95%p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넷째 주 기준 휘발유의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708.4원으로 전주 대비 13.3원 상승했다. 경유는 1566.7원으로 4.4원 올랐다. 휘발유는 5주 연속, 경유는 4주 연속 오름세다.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임금체불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올 1분기 임금체불액이 5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상반기에만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체불임금은 571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4075억 원보다 40.3%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임금체불액은 상반기에만 1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연간 임금체불액은 1조 784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운 바 있다.


고물가와 어려운 경제 여건 속 '5월 가정의달'을 맞은 직장인들은 씀씀이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유진그룹이 최근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동양, 유진홈센터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의 달 관련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이달 평균 79만 6000원을 사용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된 80만 원 대비 4000원 줄어든 수치다.


여행 계획이 줄어든 게 예상 경비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시한 동일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2%가 '여행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올해는 같은 질문에 6.4%가 감소한 28.8%만이 답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