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18개월인데 군의관 38개월 지나치다?"…사실은

의료계 "차라리 현역병 간다"…지원율 감소에 법안 발의도

"현역병과 비교 자체가 모순, 법무관·ROTC도 38개월 수준"


"군복무 기간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동료들도, 후배들도 전공의를 선택하지 않을 거다. 현재는 전공의를 선택하지 않으면 현역 18개월, 전공의 수련을 마치거나 중도 포기하면 38개월 군의관을 가야 한다."

 

일부 전공의가 군의관 복무 기간 단축을 복귀 조건으로 내걸면서 비판이 거세다. 의대 증원 문제와 별개의 사안을 복귀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결국 잇속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오랫동안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공보의) 의무 복무 기간 단축을 주장해 왔다. 현역병 복무 기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군의관 복무 기간은 그대로여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논리의 핵심이다.

언뜻 보기에는 타당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장교로 복무하는 군의관을 일반사병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군의관처럼 장교로 복무하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이나 법무관 등의 복무 기간과 비교하면 동일한 수준이다.

◇복무 기간 36개월…의료계 "차라리 현역병 간다"

 

2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의관 및 공보의의 의무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여기에 임관 전 기초군사훈련 등 총 6주간 훈련 과정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기간은 38개월에 가깝다.

반면 현재 현역병의 의무 복무 기간은 육군은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1개월이다. 1953년 병역법 시행 이후 36개월로 정해진 군 복무 기간은 병역 부담 완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줄어왔고, 문재인 정부 시절 '국방개혁 2.0' 시행으로 현재 복무 기간이 정해졌다.

이를 놓고 의료계는 형평성 문제를 주장하며 군의관·공보의 복무 기간 단축을 주장해 왔다. 또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지원 군의관·공보의 지원이 줄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지난 8일 신규 편입 공보의는 716명으로, 올해 복무 기간이 끝나는 공보의 1018명보다 29.7%(302명) 줄었다. 특히 의과 신규 편입 공보의 수는 복무 만료 인원인 471명보다 45.9%(216명) 감소했다. 전체 공보의 복무 인원은 2865명으로 지난달 3167명에서 9.5% 줄었다.

지난달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병역 의무가 있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5016명 중 49% 수준인 2460명이 현역병으로 입대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보의와 군의관 복무기간이 변하지 않았는데 사병 복무기간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장기 복무가 됐다"며 "국방부와 관련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는 공보의 및 군의관 복무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병역법' 및 '군인사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시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의료인들이 지방 의료기관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공보의마저 제대로 확충되지 않는다면 지방 의료공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학교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라고 밝혔다. 2024.4.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학교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1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라고 밝혔다. 2024.4.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방부 신중론…전문가 "법무관도 줄여달라고 할 것"

문제는 군 복무 기간 단축 도미노다. 다른 장교와의 형평성이 걸려 있어 단순히 현역병과 비교해 군의관 및 공보의만 복무 기간을 줄이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주요 비교 대상이 되는 법무관의 경우 의무 복무 기간은 군의관 및 공보의와 같은 36개월(+훈련 기간 6주)이다. 육군 기준 학사장교는 36개월(+훈련 기간 16주), 학군장교(ROTC)는 대학 3·4학년 2년간 군사학 수업 및 방학 기간 총 12주의 입영 훈련을 거쳐 임관 후 28개월을 복무한다.

또 군의관은 경력이 유지되는 특수 임무직이라는 점에서 현역병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에 정통한 관계자는 "군의관은 전문성을 가진 전문 인력으로 계급을 상향해 임관하고 수당도 더 주기 때문에 병사와 단순 비교해서 복무 기간을 단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재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측은 "의무복무기간 단축은 군의관 등 단기 복무 간부들의 지원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장교 및 부사관, 법무관 등 다른 병역의무 이행자들의 의무복무기간 단축을 촉발하게 되며, 상비병력 유지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원율이 급감한 ROTC의 경우에도 꾸준히 복무 기간 단축 방안이 거론되지만, 장교 양성이 쉽지 않고 임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ROTC 복무 기간 단축에 대해서도 "지원율 제고 효과 및 상비병력 유지에 미치는 영향, 임무 공백 발생에 따른 문제점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연구는 하고 있지만 현재 단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복무 기간을 줄이더라도 어느 정도 지원율 상향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복무 기간 단축으로 인한 인력 감소 문제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 인력 전문가는 "군의관 복무 기간을 줄이게 되면 다른 장교나 법무관을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문제가 있다"며 "병과 달리 간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인력 획득도 중요하지만 활용 기간도 간과할 수 없어 복무 기간 자체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고 짚었다.

또 "의대생은 본인이 원하면 학부 때 병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라며 "반면에 군의관 복무 기간 자체를 줄이면 그 공백을 다시 또 메워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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