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조건 내건 전공의, ‘반대’ 의견 못 참는 의협…꼬이는 대화

복귀조건으로 군 복무 단축·복지차관 경질 거론…여론과 괴리

의협 회장 당선인, 한의계 이어 시민단체·약사들과 갈등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보건복지부 차관의 경질과 군 복무 단축을 제시한 것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취임도 전에 다른 의료직역 단체나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18일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지 58일이 되는 날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대한전공의협의회 논의를 거쳐 △2000명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부당한 명령 철회·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까지 2000명 증원 등 의료개혁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치를 조정하려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제시하라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의료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을 주축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여야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보건의료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의정간 대화는 멈춰 선 상태다. 물밑 대화조차도 중단된 상태다. '2000명 증원'과 '원점 재검토'가 충돌하는 틈바구니에서 대화가 끼어들 공간이 없는 것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버거운 상황인데 대화 개시의 전제조건이 또하나 추가됐다. 지난 15일 전공의 1360명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이 고소전에 참여한 한 사직 전공의는 기자회견에서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다른 사직 전공의 15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복귀 조건으로 군 복무 기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새롭게 확인됐다. 육군 현역은 18개월이지만 군의관은 38개월이다. 다만 류옥씨는 "군 문제와 관련 있는 전공의는 극소수"라며 주류의 주장은 아니라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특정인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수는 있어도 경질을 요구하고 복귀 조건으로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권자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한의계에 이어 시민단체, 약사회와 잇달아 충돌하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의사를 활용하면 현재의 의료공백을 충분히 메꿀 수 있다는 대한한의사협회 제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달라"고 한 데 이어 의대증원 지지 시민단체에 판단 근거를 요구하고 나서 반발을 사고 있다.


임 당선인은 지난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경실련이 주장한 정책이 실시되고 시간이 흐른 뒤 그 정책이 국민에게 온갖 불편과 경제적 부담, 특정 이익 집단과 관료, 정치인들만의 이익을 준 것으로 밝혀졌을 때 경실련은 분명하게 어떤 책임을 질지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임 당선인의 공문에 경실련뿐만 아니라 약사들은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임 당선인이 공문 내용에 "경실련이 주도한 2000년 의약분업에 대한 경실련의 현재 평가와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타 직능을 깎아내릴 의도가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약사회는 논평을 내 "배타적 면허의 책임은 좁은 식견과 옹졸한 인식보다는 배려와 존중임을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협 인수위 측은 "경실련에는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와 입장을 묻고자 했을 뿐,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약사회 논평 등에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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