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왕진버스 시작부터 '삐걱'…1회당 2400만원인데 예산 마련 아직

지자체 30% 예산 부담해야…추경 거쳐야 시행 가능

의료시설과 가까운 지역도 선정…실효성 낮을 전망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농촌왕진버스가 예산 문제에 봉착하면서 사업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농협중앙회의 예산을 재원으로 추진하는 사업인데 목표로 한 예산이 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촌왕진버스는 전국 300개 읍·면지역의 6만여 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됐다.


보건·의료 취약계층인 60세 이상 농촌주민을 대상으로 양·한방 의료, 안·치과 검진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의료 취약지역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으로 총 75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 40%, 지자체와 농협중앙회가 각 30%의 예산을 부담하며 왕진 1회당 2400만 원,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 3000만 원이 지원된다.


지난 2월 1차 공고가 이뤄졌는데 전국 11개 시·도의 171개 읍·면지역이 신청한 결과, 전남을 제외한 10개 시·도의 138개 읍·면이 선정됐다. 전남은 지역 의료원들과 연계해 건강버스라는 유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선정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급박하게 추진하다 보니 정부와 농협의 예산만 마련됐을 뿐, 광역 및 기초지자체는 관련 예산을 아예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월 1일부터 21일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공모를 진행해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의 신청 결과를 검토하기는커녕, 예산도 추경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한 광역지자체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예산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농촌왕진버스 사업의 예산 전액을 자체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추경을 거쳐야 하는데,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답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기초자치단체와 소통없이 강행하다 보니 관련 예산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정부 예산으로만 하려다가 지자체 예산이 갑자기 투입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 당초 3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농촌왕진버스는 최근까지도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 예정일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선정에서 제외됐던 전남지역과 추가 희망지역을 위해 지난 11일부터 2차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기존 선정지역도 의료취약지역으로 보기 어려운 지역이 포함돼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충북은 11개 시·군의 각 1개 읍·면지역이 농촌왕진버스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는데, 차량으로 30분 내외 거리에 병원이 위치한 곳도 포함됐다.


선정된 청주 오송읍의 상봉리에서 청주지역 2차 종합병원으로는 18km, 세종충남대병원(2차)까지는 19㎞ 떨어져 있다. 충북 증평 증평읍 율리에서 가장 가까운 2차 종합병원까지 21㎞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왕진버스는 지역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농촌을 살리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마련됐다"며 "지자체에서 예산 마련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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