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재무과입니다" 한마디에 664명 개인정보 술술

공무원 사칭해 약 5년 간 개인정보 캐내…1.3억 편취

법원 "징역 2년, 1억 2983만 원 추징"…공무원 사칭 '무죄'


“주민센터 내선 번호 XXXX로 연결해 주세요"


부산의 한 구청, 재무과 소속 주무관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A 씨(69) 요구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전화를 연결해달라는 것뿐이었으니까.


구청을 거쳐 주민센터로 연결된 A 씨의 전화. 그렇게 범행은 시작됐다.


"저 구청 재무과 ○○○입니다. 업무 때문에 제가 이 사람들 주민등록번호 불러드릴 테니 주소 좀 알려주세요"


구청 소속이라는 말을 그대로 믿은 주민센터 직원은 A 씨가 요구한 주소 정보를 그대로 알려줬다.


A 씨의 범행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흥신소 운영업자를 비롯해 사람들로부터 타인의 가족·혼인 관계·주민등록번호·주소 차량 부동산정보 등을 의뢰받았다.


범행을 위해 A 씨는 이른바 '대포폰'을 마련했다, 전국의 시·군·구청, 주민센터, 세무서, 법원, 금융기관,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등에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공무원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캐냈다. 2017년 9월부터 약 한 달 동안 A 씨가 알아낸 개인정보는 17건, 약 125만 원을 벌었다.


A 씨의 범행 규모는 점차 커졌다. 같은 수법으로 A 씨는 2021년 6월부터 약 3달 동안 총 221명의 개인정보를 취득해 흥신소 업자에게 팔아넘겼다. 그에 대한 대가로 5010만 원을 취득했다.


또 같은 해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유사한 방식으로 426명의 각종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캐냈고, 7847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A 씨는 타인 명의의 금융 계좌, 이른바 '대포통장'을 통해 돈을 찾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A 씨는 2020년 성명불상의 의뢰인으로부터 피해자 B 씨의 위치정보와 미행 정보를 알려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에 A 씨는 흥신소에 위치정보를 수집해 달라고 부탁한다.


A 씨의 부탁을 받은 흥신소 직원은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던 B 씨의 승용차에 위치추적기를 부착, 수집한 정보를 A 씨에게 전달했다. 물론 A 씨는 이를 의뢰자에게 제공하고 금전을 대가로 받았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제4형사 단독 홍다선 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억 2983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법원은 공무원자격사칭 혐의에 대해선 A 씨가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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